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워싱턴 싱크탱크에 향후 한·미 동맹의 ‘경제 동맹’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전 장관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미 경제 동맹과 문재인 정부 이후의 과제(Korea-U.S Economic Alliance and Tasks After the Moon Jae-in Administration)’ 라운드테이블에서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 박 전 장관은 현재 CSIS 수석 고문으로 미국에 와 있다.
박 전 장관은 “한국에서의 일부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경제 동맹의 디딤돌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부상한 양국 기술 동맹을 거론, “군사·안보 동맹을 넘어서는 경제·기술 동맹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양국이 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라고 했다.
박 전 장관은 특히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여러 문제 가운데 에너지 이슈에 한·미 양국이 함께 파트너가 되어 나아간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에너지 문제는 한국 입장에서는 인접한 중국의 석탄 발전 문제와도 직결됐고, 기후 변화와 탄소 중립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도 맞물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연설에서 박 전 장관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공동 성명에도 거론된 원전 협력을 거론, “이 문제는 지난 5월 한·미 공동 성명에도 포괄적으로 언급됐다”라며 “문재인 정부 이후 새 정부가 펼쳐 나갈 중요한 어젠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장관은 이 과정에서 이달 초 매사추세츠공대(MIT) 방문 당시 접한 ‘탄소 중립을 위한 소형모듈형원자로(SMR) 활용’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아울러 “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새 정부가 해나가야 할 중요한 어젠다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날 원탁회의에 참석한 존 햄리 CSIS 소장은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SMR 활용 방식 및 모델 선정 등과 관련해 한국 내에서 조사를 진행하면 도움이 되리라는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향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이 어려운 만큼, 이 분야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 간 반도체 분야 전략적 공조 필요성도 거론됐다. 박 전 장관은 반도체 문제를 “미·중 간 미래 산업 정책 경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라고 평가하고, 현재 글로벌 반도체 수급 상황을 “전 세계적 공급 부족 현상 속에서 자동차 등 공급망을 둘러싼 미묘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반도체 생산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라며 “한·미 간 전략적 공조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를 “공급망 문제를 넘어선 기술 경쟁력의 문제”라고 규정한 뒤, “미국이나 일본 정부와 같은 한국 정부의 (반도체) 국내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했다.
박 전 장관은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삼성이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미국 기업,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 기업은 한국의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상호 보완과 협력적 관계를 보다 공고히 할 때”라고 했다.
박 전 장관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드는 일과 함께,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미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것은 새로운 한·미 경제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한·미 양국 간 전략적 제휴를 위한 태스크포스(TF)·위원회가 활발하게 가동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바이오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박 전 장관은 특히 “바이오 분야는 미국이 확실하게 우위를 점한 분야”라면서도 “개개인 역량은 한국도 매우 우수하다”라고 했다.
코로나19 대확산 기간 미국의 빠른 mRNA 백신 개발 지원을 높이 평가한 그는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바이오 분야 공조가 있다면 인류를 위해 두 나라가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장관은 특히 “보스턴에 한국이 지원하는 바이오 연구소를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제언한 뒤 융합생물학(Synthetic Biology) 분야 등을 미래의 블루 오션으로 꼽았다.
한편 이날 원탁회의에서 박 전 장관은 미·중 간 경쟁 국면에서 북한 포용 필요성도 언급했다. 박 전 장관은 뉴시스에 “한반도가 중국의 도전에 맞서 최전방 울타리 역할을 한다”라며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을 좀 더 포용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라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국 정부만이 아니라 민간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민·관 협력 토대를 갖출 필요성도 제시됐다고 한다. 박 전 장관은 이런 제안에 공감을 표했다. 이 밖에 한·미 간 기술 인력 교류 필요성 등이 이날 원탁회의에서 거론됐다.
이날 토론은 한국 문제에 관해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된 CSIS 시니어 정책 그룹 차원에서 마련됐다. 존 햄리 CSIS 소장을 비롯해 빅터 차 한국석좌 등이 자리했으며,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미 의회 입법조사관 및 트럼프·부시 행정부 시절 국방부 당국자 출신 인사 등이 화상 참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