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프가니스탄 바드기스주(州) 난민촌에 사는 파르와나 말리크(9)는 친구들과 줄넘기를 하고 놀다 들어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모르는 남성에게 팔려가 신부가 될 거란 얘기였다. 상대 남성의 나이는 무려 55세. 실제로 보면 눈썹과 수염이 희게 센 노인이다. 어린 말리크는 그저 그에게 맞고 집안일을 강요당할 일이 걱정이다.
#2. 구르주에 사는 마굴(10)은 70세 남성에게 팔려갈 날을 앞두고 매일 울고 있다. 그의 부모가 이웃에게 20만 아프가니(약 260만 원)를 빌리고 갚지 못했다. 마굴의 아버지 이브라힘은 “한 달 안에 돈을 갚겠다고 했는데 약속한 시간이 다 됐다. 내 딸들을 데려가버릴 것”이라고 무기력하게 말했다.
2일 CNN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지난 8월15일 이후 주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가운데 매매혼이 성행하고 있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에 따르면 올해 약 67만7000명의 주민이 내전으로 실향민이 됐다. 이들 대부분이 말리크의 가족처럼 난민촌에서 살고 있다.
말리크네처럼 난민캠프에서 생활하면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에 의존한 일용직 노동자 가족은 이제 식량과 기본 생필품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 원조가 고갈되고 국가 경제가 사실상 붕괴됐기 때문이다.
아프간에서 15세 미만 아동 결혼은 불법이며, 시골 지역에서만 암암리에 이뤄져 왔다. 최근 주민들의 생활난이 가중하자 난민 캠프 등에서는 남은 가족원을 부양하기 위한 매매혼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운동가 모함메드 나이엠 나젬은 “식량난과 일자리 부족으로 앞으로 딸을 파는 가정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주민들이 굶주리는 가운데 잔인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주중 발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 인구 절반 이상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앞으로 수개월 안으로 5세 미만 영유아 300만 명이 급성 영양실조에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탈레반은 여아들의 교육권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여아들은 학교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여성인권담당 헤더 바에 따르면, 한번 팔려간 여아는 이후 교육을 받거나 독립적인 삶을 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피임 등에 접근하지 못한 15~19세 아프간 소녀 약 10%는 출산을 매년 한다.
대부분은 너무 어려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며, 신체 발달도 다 이뤄지지 않아 출산 후 합병증을 겪는다. UNFPA에 따르면 15~19세 소녀의 임신 관련 사망률은 20~24세 여성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마우라와이 잘랄루딘 탈레반 정권 법무부 대변인은 “매매혼을 막기 위해 식량을 보급하고, 식량 보급 후에도 아이들을 팔면 투옥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으로서도 보급할 식량이 부족한 게 문제다. 그간 아프간 경제와 사회서비스를 지탱해온 국제 사회의 개발 원조는 미·유럽군 철수 이후 끊겼다.
UNOCHA에 따르면, 지난 9월 유엔에선 10억 달러(약 1조1752억 원)의 아프간 원조 기금 마련을 약속했다. 이 중 6억600만 달러만 있어도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그러나 약속한 기금의 절반도 실제 집행되지 않았다고 UNOCHA는 지적했다.
이사벨 무사드 칼슨 UNOCHA 사무총장은 “탈레반이 보유 중인 (개발) 자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가장 빈곤한 계층과 취약계층, 특히 그들의 어린 딸들이 가장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구르주 탈레반 한 지도자는 CNN에 “겨울이 오기 전에 국제사회와 구호단체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말리크의 아버지는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말리크를 팔아 번 돈을 다 쓰고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남은 두 살 베기 딸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사실 말리크의 집이 딸을 파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말리크의 언니(12)는 이미 몇 달 전 다른 남성에게 팔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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