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공급망 위기와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에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주가의 바로미터인 기업실적이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일(현지 시간)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하면서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돈줄을 죄는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연준의 통화 긴축은 기본적으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데다 인플레이션과 구인난 등의 우려도 남아있어 향후 금융시장의 향배는 안개 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39% 오른 36,052.63으로 마감됐다. 이로써 다우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36,000 고지를 밟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37% 오른 4,630.65에, 나스닥 지수는 0.34% 오른 15,649.60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3거래일 연속으로 계속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미국 경제는 최근 물류대란과 기업들의 인력난, 인플레이션 우려로 3분기 성장률이 급감하는 등 큰 위기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탈출하며 급증하는 소비 수요를 기업들과 공급망이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그럼에도 증시가 계속 뜀박질을 하는 것은 이런 수요 증가가 결국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되고 경제 활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판단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로이트홀드그룹의 짐 폴센 최고투자전략가는 CNBC방송에서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 제약이 문제라고 경고하지만 대부분은 가격을 올리고 건강한 수요를 충분히 활용해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며 “이익이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제약회사 화이자는 예상보다 높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4.1% 올랐고 듀퐁(8.7%), 에스티로더(4.1%) 등도 같은 이유로 급등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까지 실적 발표를 마친 S&P 500대 기업 중 83%가 월가의 전망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내놨다.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 결과 S&P 500 지수는 1936년 이후 11월에 평균 1.1%, 12월에 평균 2.3% 각각 상승했다. 특히 마지막 달인 12월에는 지수가 상승하는 경우가 80%가 됐다.
연준은 2일부터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3일 오후 통화정책방향을 발표한다. 월가는 연준이 이날 자산매입 규모의 축소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0.0~0.25%)으로 낮추고 매월 1200억 달러에 이르는 채권을 매입하면서 시장에 돈을 풀어왔다. CNBC방송은 “연준이 3일 테이퍼링을 선언할 게 거의 확실시된다”면서 “이어 내년 6월 정도에는 금리를 처음 인상하고, 이후 연내 한두 차례 정도 더 올리는 것에 시장은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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