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 첫 만남이 불발됐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을 두고 한일 정부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문 대통령이 임기 말 한일관계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마지막 일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국제메탄서약 출범식’에 참석했다. 당초 기시다 총리도 이 행사에 참석해 문 대통령과 조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어 청와대는 한일 정상 간 짧은 만남이나 약식회담 가능성에 대비했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행사 참석 대신 기조연설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회담을 진행했다.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도 서서 짧은 대화를 나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일 정상이 “연내를 포함한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미로 일미(미일) 정상회담을 여는 것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기시다 총리에게 취임 축하 전화 통화만 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의 동선이 겹치지 않았고 만날 시간도 부족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글래스고를 떠나 마지막 방문지인 헝가리로 향했고, 기시다 총리도 글래스고에 머문 시간이 8시간밖에 되지 않아 만날 수 없었다는 것.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3일 YTN에 출연해 “이번에 만남이 이루어졌으면 좋았겠지만 다 만날 때가 있을 것이고 그 길을 향해서 가고 있다”며 “기후위기, 공급망 문제 등 이슈가 많은 글로벌 다자회의에 가서 일본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다자회의의 특성과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국제 외교 무대 데뷔전인 이번 COP26에서 미국 등 주요 정상과 만나면서 유독 문 대통령과 만남이 불발된 데는 과거사 문제로 냉각된 한일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해결을 요구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해 한일 관계 험로를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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