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여당에 대한 환멸감 보여”, 당내서도 “실용적인 정책 필요”
바이든, 현안 대신 복지예산 집착… “지지자들, 대통령 무능력에 좌절”
공화 “리더십 교체 향한 첫 단계”… 민주, 뉴저지 주지사 선거선 신승
미국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텃밭인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에 패한 결과를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사진)과 민주당을 겨냥한 경고 발언이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날아들고 있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책임론이 불거졌다. “너무 왼쪽으로 갔다”며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액시오스는 3일 ‘왼쪽으로 표류하는 민주당을 유권자들이 벌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 선거는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향한 경고였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중도 좌파나 진보가 아니라 미국인들에게 실제 혜택이 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의 한 고위 당국자도 “민주당이 성과 없이 곁가지나 건드리는 짓을 중단할 때다.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상황에 정통한 한 인사는 CNN방송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추진력 부족과 내분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했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 필 머피 후보가 공화당 잭 치터렐리 후보를 50% 대 49%로 간신히 눌렀다. 득표율 차이가 1%포인트밖에 되지 않는 힘겨운 승리로 막판까지 초접전이 이어지면서 투표 이튿날인 3일 오후 늦게야 당선이 확정됐다. 뉴저지는 그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텃밭이었다. 선거일 이전 여론조사에서도 머피 후보가 대체로 10%포인트 안팎의 우위를 보여 낙승이 예상됐던 지역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이기고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 내에서는 충격과 실망 속에 경각심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조시 고타이머 하원의원은 “국민들은 실제 행동과 결과물을 원하고 있다”며 “선거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경고장”이라고 했다. 벤 레이 루한 상원의원은 “누군가(트럼프)를 찍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만으로는 이제 더 이상 충분치 않다”고 했고, 딕 더빈 상원의원은 “버지니아주의 정치적 패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어마어마한 패배”라며 “이런 식이면 우리는 2022년에 대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판의 칼날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워싱턴 밖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수차례 회의를 주재했는데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당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무능력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당내 인사들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망의 병목 현상과 인플레이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혼란 등 상황에서도 사회복지 예산안에 매달린 것이 국정 수행 역량에 대한 신뢰감을 약화시켰다고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여론조사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선거 결과는 특정 문제 때문이 아니고 바이든 행정부의 인기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당에 대한 환멸감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방에서 경고장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민주당 내에서는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밀어붙인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안에 반대해온 조 맨친 상원의원은 무리한 예산안을 더 이상 밀어붙이지 말고 통과가 가능한 수준에서 조정하라는 게 민심의 뜻이라고 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은 리더십 교체를 원하고 있다”며 “버지니아는 그 첫 단계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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