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달부터 ‘테이퍼링’… 돈줄 조이기 본격 돌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5일 03시 00분


인플레-자산가치 급등에 긴축 선회… 11, 12월 150억 달러씩 매입 축소
파월 “금리 인상 직접 신호 아니다”, 금융시장 충격 우려에 속도조절
시장선 “내년 6월 올릴 가능성”… 한은도 이달 금리인상 나설듯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장내 TV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모습이 
등장했다. 이날 연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유지해 온 경기부양 기조를 접고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하겠다고 
밝혔다. 뉴욕=AP 뉴시스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장내 TV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모습이 등장했다. 이날 연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유지해 온 경기부양 기조를 접고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하겠다고 밝혔다. 뉴욕=AP 뉴시스
미국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약 2년간의 경기부양 기조를 접고 통화정책 정상화의 첫 스텝을 밟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해 나갈 계획이다.

3일(현지 시간)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작년 12월 이후 경제에서 연준의 목표를 향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것을 고려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연준은 11월부터 월간 자산 매입 규모를 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 등 모두 150억 달러씩 줄여 나가기로 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제로 수준(0.0∼0.25%)으로 낮추고 매월 국채 800억 달러와 MBS 400억 달러 등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며 시장에 돈을 풀어 왔다. 이제는 이 규모를 차츰 줄여 내년 6월까지는 자산 매입 규모를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11, 12월에 각각 150억 달러 줄인 뒤 경기 상황을 보고 테이퍼링 속도를 결정하기로 했다.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공식 선언함에 따라 앞으로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계속된다면 연준은 자산매입을 완전히 종료하고 정책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

○ 통화정책 정상화 첫걸음
연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유동성 공급)라는 2가지 비상수단을 동시에 강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시장 금리를 낮게 유지해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고 이에 더해 인위적으로 돈을 꾸준히 풀면서 충격에 빠진 경제를 소생시키겠다는 목적이었다.

중앙은행의 이런 긴급 처방은 재정지출 확대, 백신 보급 등과 맞물려 상당한 정책 효과를 냈다. 이제는 오히려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백신 접종과 정책 지원으로 경제활동 지표가 계속 강화되고 있다”며 “수급 불균형과 경제 재가동 등이 일정 부문에서 상당한 가격 상승을 일으켰다”고 진단했다. 최근의 자산 가격 급등도 연준이 돈줄을 죄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요즘 미국 집값은 유동성 확대와 주택 수요 증가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증시 역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연준의 출구전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일어나며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 시장은 이제 금리인상 시기에 관심
테이퍼링이 시작됨에 따라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다음 스텝인 금리 인상 시기에 쏠리고 있다. 자산 매입을 종료하고 나면 연준은 내년 중반쯤 경제 상황에 따라 본격적인 금리 인상 채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일단 금리 인상 자체에는 선을 긋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오늘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금리 인상에 대한 직접 신호는 아니다. 지금은 금리를 올릴 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고용 등의 경제지표가 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테이퍼링 개시 선언으로 한국은행도 이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은 8월 시작한 선제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내년 초반까지 유지하면서 연준의 향후 긴축 움직임을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기존 입장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들을 반영해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간 인플레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에 비해 다소 후퇴한 것이지만 그래도 물가 상승 국면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엔 변함이 없었다. 이에 대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폴 애슈워스는 “여전히 비둘기파(통화 완화주의자)들이 연준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의 이런 입장은 테이퍼링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안전장치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내년 6월 테이퍼링 종료와 함께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내년 말까지 1∼4차례의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유동성 공급 속도를 늦추겠다는 연준 결정에도 이날 뉴욕 증시는 “시장에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해석이 나오며 3대 지수가 동반 상승했다.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 축소#돈줄 조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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