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모테기 도시미쓰 전 외무상이 자민당 간사장으로 떠나면서 공석이 된 외무상 자리에 하야시 요시마사(60) 전 문부과학상을 기용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집권 자민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하야시가 지나치게 친중적이라면서 그가 외무상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자민당의 보수파,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하야시가 외무상에 오르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의 ‘핵심 브레인’으로 언급되는 시마다 요이치 후쿠이현립대 교수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하야시는 친중적인 입장으로 보여 보수주의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없다”며 “솔직히 말해서 아베 전 총리는 그를 매우 싫어한다. 두 사람은 모두 야마구치현을 지역구로 두고 있지만, 그들은 전혀 잘 지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시마다 교수는 하야시가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으로 자민당 내 우파의 분노를 샀던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보다도 훨씬 더 친중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테기 전 외무상도 자민당의 많은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친중파였는데 하야시는 그것보다도 더 기울어져 그의 임명에 대한 저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야시가 초당파 의원 모임인 중일우호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것도 반대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모임의 부회장이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이라는 점을 들어 하야시를 ‘좌파’로 공격하는 색깔론이다.
이와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총리가 하야시를 기용하려는 이유는 그가 최측근일뿐더러 자신의 파벌의 시각을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야시는 기시다 총리가 이끌어온 자민당 내 파벌인 고치카이(宏池會)의 ‘2인자’로, 기시다 총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고치카이는 전통적으로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동아시아 외교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하야시는 파벌의 성향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인물인 것이다.
하야시가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수학한 미국통이라는 점도 대미 외교를 강화하려는 기시다 총리의 열망을 반영하는 선택이다. 엘드리지 싱크탱크의 설립자인 로버트 엘드리지는 “하야시는 미국과 매우 잘 연결돼 있고, 영어가 능통하며 폭넓은 국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SCMP에 밝혔다. 또한 엘드리지는 하야시가 외무상으로 임명되더라도 권력은 여전히 기시다 총리에게 있을 것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세울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그러나 시마다 교수는 정반대로 내다봤다. 하야시는 과거부터 “총리가 되겠다”는 야심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온 정치가다. 시마다 교수는 “야심이 강한 하야시는 총리가 되고 싶어한다. 하야시는 정부에서 최고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외무상 자리를 원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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