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대규모의 무기 거래를 맺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미 국무부가 AIM-120C 첨단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및 관련 장비를 사우디아라비아에 6억5000만 달러(약 7700억원)에 판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계약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는 280개의 미사일과 596개의 LAU-128 미사일 레일 런처를 비롯해 컨테이너 및 지원 장비, 예비 부품, 엔지니어링 등을 도입한다.
미 국무부는 “사우디는 기존에도 해당 미사일을 이용해 주로 예멘 쪽에서 자국 국경을 넘어오는 무인기의 공격에 대응해왔다”며 “자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보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예멘 내전에 개입해 현지 후티 반군과 대치 중이다.
이번 계약은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맺은 첫 주요 무기 거래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의 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등으로 사우디에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는 부랑 국가(pariah)이며, 왕세자는 결함투성이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취임 한 달이 되도록 사우디 측과 정상 간 통화를 하지 않았고, 지난 2월에는 사우디와 이란이 대리전을 벌여온 예멘 내전에서 발을 빼고 사우디에 대한 군사 지원과 무기 판매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빈살만 왕세자를 의도적으로 냉대해왔던 바이든 대통령이지만, 미 정부로서는 그를 계속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 되고 있다. 최근 치솟는 국제 유가 안정화를 위해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를 빼놓을 수 없어서다.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에 판매한 미사일이 지상 표적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으로 민간인 피해 우려가 커진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걸프 동맹국에 방어용 무기만 판매하는 정책을 채택한 바 있다.
그는 “미사일 판매 계약은 예멘의 갈등을 종식하겠다는 정부의 외교 방침에 완전히 일치한다”며 “동시에 후티 반군의 공습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방어할 수단이 확보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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