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있는 바티칸 시국의 행정을 총괄하는 사무총장 자리에 처음으로 여성이 임명됐다. 바티칸 행정부의 ‘2인자’ 보직에 여성이 오르면서 교황청의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고 이탈리아 언론들은 평가했다.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은 4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행정부 사무총장에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52)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행정부 사무총장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정부 사무총장은 바티칸 수장인 행정원장을 보좌해 각종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다. 연간 600만 명이 방문하는 바티칸 박물관을 비롯해 역내 모든 관공서 운영도 책임진다. 관례적으로 주교가 사무총장을 항상 맡아왔지만 이번에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바티칸 뉴스는 전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페트리니 수녀는 로마 루이스대, 교황청립 성토마스 아퀴나스대를 졸업한 후 2005년부터 교황청 내 해외 선교 업무 담당인 인류복음화성에서 일해왔다. 성토마스 아퀴나스대 교수로도 활동하며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지난해부터 교황청 주요보직 자리에 여성이 임명된 경우가 늘고 있다. 가톨릭교회 내 여권 향상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다. 교황은 지난해 8월 교황청 재정 감독 역할을 하는 재무평의회(총 15명)에서 평신도 할당인 7명 중 6명을 여성으로 교체했다. 올해 2월에는 가톨릭 내 주요 안건에 대한 투표 권한을 가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국장에 프랑스 나탈리 베라크 수녀(52)를 임명했다. 50년 대의원회 역사상 여성이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 8월에는 살레시오 수녀회 소속 알레산드라 스메릴리 수녀(46)가 핵심 보직인 ‘온전한 인간 발전을 위한 교황청 부서’ 임시 차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외에 교황청 외무차관과 부대변인, 바티칸 박물관장 등도 여성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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