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웃 에리트레아와 오랜 국경분쟁을 해결한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가 내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달 2일로 1년이 지난 에티오피아의 내전은 하나로 통합하려는 중앙정부와 자치권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정파가 정면충돌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고, 지정학적 의미가 큰 에티오피아의 내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국제사회도 중재안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나 아직은 별다른 진전이 없어 우려를 낳고 있다. ◆자치 원하는 티그라이 정파와 연방정부 ‘정면충돌’
인구 1억여명, 부족 80여개로 구성된 에티오피아는 10개 준자치 지방정부로 구성된 연방국으로 자주 부족 간 갈등에 휘말리곤 했다.
이번 내전은 권력투쟁에서 촉발됐다. 2018년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집권 이후 티그라이 지역 집권정당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 선호하는 연방주의가 아닌 에티오피아 통합을 선언해 양측 간 갈등이 싹텄다. TPLF는 아비 총리가 집권하기 전까지 약 30년간 중앙정계를 주르잡던 정당이다.
에피오피아 최대 부족 오모로족 출신인 아비 총리는 취임한 이후 부족 갈등 해소를 위한 개혁 일환으로 부족 간 연정을 해제하고 단일정당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티그라이 지역 관리들을 부패와 인권유린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이에 반발한 TPLF는 중앙 정계에서 ‘보이콧’을 선언했다.
갈등이 이어지다 지난해 11월3일 정부군이 통치 지역을 포위하자 TPLF 측이 연방군 캠프를 공격했고, 아비 총리가 소탕전을 지시하면서 내전으로 번졌다.
에티오피아 정부군은 한 달 내 티그라이 주도 메켈레를 장악했으나 올 6월 말 전세가 역전돼 TPLF가 메켈레를 비롯해 티그라이 지역 대부분을 되찾고 전선을 인근 암하라와 아파르주까지 확대했다. 반군이 역습에 성공하면서 1년이 지난 지금 티그라이 지역을 넘어 사실상 전국적 내전으로 커졌다. ◆수도 인근까지 점령하자 비상사태선포…외세 개입까지
내전은 애초 전쟁이 시작됐던 티그라이 지역을 넘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티그라이 반군은 아머드 총리에 대항하는 오로모 분리주의 무장단체 오로모해방군(OLA)과 손잡고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이어지는 핵심 도시 데시와 콤볼차 지역을 점령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난 2일 반군이 수도 인근까지 점령해 오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민들에게 무장하라고 지시했다. 비상사태 선언문에는 티그라이 반군과 동조자들을 ‘국가에 대한 임박한 중대 위험’이라고 규정했다. 비상사태는 6개월간 유지된다. 정부는 통행금지를 하거나, 시민들을 집단 군사훈련을 시키거나, 여행과 교통수단을 중지시킬 수 있다.
아비 총리는 2019년 인접국 에리트레아와 해묵은 국경분쟁을 종식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내전에서 에티오피아 정부가 티그라이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한 뒤 구호물품의 티그라이 반입을 차단하는 등 사실상 인도주의 봉쇄를 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또 TPLF와 국경분쟁 당시 숙적관계인 에리트레아군까지 끌어들인 것이 드러나며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내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제사회 중재에도 갈등은 격화
미국과 유럽연합(EU), 아프리카 국가 등 국제사회는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내전이 발발한 지 1년이 넘은 상황에도 오히려 사태가 악화하자 정전을 촉구했다.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대한 미국 특사인 제프리 펠트만은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휴전을 시작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4일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다.
펠트만은 이전에는 에티오피아 분쟁에 참여하는 것을 꺼렸지만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전면적인 붕괴가 일어날 조짐을 보이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모든 군대가 에티오피아 국가의 통합을 위해 무기를 버리고 대화를 열도록 할 것”이라며 에티오피아 정부는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티그라이군은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향한 진군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EU와 동아프리카 블록인 정부간개발기구(IGAD)도 정전을 촉구하는 데 합류했다.
국제사회도 움직였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티그라이 반군과 싸움을 생사를 건 “실존적 전쟁”이라면서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강대강으로 맞서며 내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정부와 반군이 협상테이블에 오르기 전부터 전제 조건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어서다.
분리주의 성향인 TPLF 지도부는 연방정부와 갈등이 심화한 이후 자치를 인정해야 협상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운다.
반면 연방정부는 TPLF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이를 일축한다.
CNN은 “미 국무부는 이전에 에티오피아에 대한 비자 제한을 발표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에티오피아에 대한 경제 지원을 제한했다”면서도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이러한 제재가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OLA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합동 반군이 수도를 탈환하는 데 몇 주에서 몇 달이 남았다”며 “수도 진입 문제는 순전히 협상 결과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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