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카고 등 美 대도시 기본소득 첫 실험…기대반 우려반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8일 10시 07분


코로나 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수백만명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등이 대도시로는 처음으로 기본 소득 보장 실험을 하고 있다고 미국 NBC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도시는 1년에 한해 저소득 주민에게 매달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로스앤젤레스는 3200명에게 매달 1000달러(약 118만원)를 지급할 예정이며, 시카고는 5000명에게 2년 동안 500달러(약 59만원)를 지급할 계획이다.

기본소득을 받게될 사람은 무작위로 선정한다.

로스앤젤레스 기본소득 수급 희망자 모집은 지난주 마감됐다. 시카고는 아직 대상자 자격을 확정하지 못했다.

두 도시 모두 내년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할 계획이며 기존 여러 도시에서 실시된 실험적 기본소득 정책보다 규모가 크다.

두 도시에 앞서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는 지난 2년 동안 적은 규모로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한 결과 수급자들의 전일고용율이 증가하고 불안감과 우울증이 감소하는 성과가 있었다. 또 핀란드, 케냐, 브라질 및 여러 나라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적이 있다.

‘소득 보장을 지지하는 시장들’이라는 단체에 따르면 미네아폴리스, 덴버, 뉴아크, 피트버그, 샌프란시스코, 뉴올리언즈, 콤프턴 등 미국내 40개 도시가 기본소득 정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18~24세 사이의 젊은층을 대상으로 3년 동안 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했으며, 캘리포니아주는 주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소규모 기본소득 실험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경제학자들은 대규모로 실시해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펜실베니아대 기본소득보장연구센터 국장 겸 테네시대학교 사회보장 교수인 스테이시아 웨스트는 “연방 자녀교육 보조금과 세금 감면 정책에 문제가 드러났으며 일부는 이런 종류의 대규모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인들에게는 현금 지불이 최선책이지만 하나의 정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방식은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소득 주민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경제학자, 중앙과 지방의 정치인들 사이에서 오랜 논쟁거리이었으며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의미가 커지고 있다.

총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카고 주민의 18.4%가 빈곤층이며 로스앤젤레스도 18%에 달해 전국 평균인 11%보다 높다. 그러나 팬데믹 발발 이후 초기부터 가동된 대규모 지원 정책 덕분에 빈곤층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지난 9월 발표됐다.

팬데믹 이전에도 2020년 대선에 출마했던 앤드류 양 후보가 미국의 성인 전체에게 일년 동안 1000달러를 지불하는 자유연금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관심을 끌었다.

2019년 시장 재임시 기본소득 정책을 처음 실시한 마이클 터브스 스톡턴시 전 시장은 “연방차원에서 기본소득 정책이 채택돼야 한다”면서 “모든 도시들이 민주주의의 실험실이며 현재처럼 극단적으로 양극화가 심한 시기에는 반대를 돌파하고 정책 실험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톡턴의 기본소득 실험에서는 소득불안정을 줄이고 수급자가 전일근무 일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됐으며 정신적 및 전반적인 복지가 증진됐다고 올해 발간된 보고서에 밝혀져 있다.

터비스 전 시장은 “미국에서 가장 큰 세 도시 가운데 두 곳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하는 건 의미가 크다”면서 “기본소득의 성과가 더 나타나면서 지지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톡턴의 기본소득 정책은 후원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됐으나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는 자체 예산으로 집행한다. 시카고는 3100만달러(약 367억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로스앤젤레스는 3800만달러(약 449억원)을 배정했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지난 여름 미네아폴리스에서 경찰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사망케 한 사건으로 소요가 일어난 뒤 경찰 예산 1100만달러(약 130억원)을 삭감하는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경제학자들은 대도시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대규모로 실시하는 데 따른 문제점을 크게 두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 지원금과 연방정부의 대규모 영양지원 사업에 따른 혜택이 축소될 위험이 있으며 누구를 수급 자격자로 선정하느냐는 기준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기존 혜택 축소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기관들이 감면 규제를 유예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서던 캘리포니아대 행정학과 개리 페인터 교수는 “편부모일 경우 기존의 사회안전 정책들을 넘어 기본소득 정책의 이점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 규모가 커지면 기본소득 수입이 다른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도시의 기본소득 실험이 지속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웨스트 교수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득을 지급하는 일과 자료를 추적하는 면에서 보다 개인화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웨스트 교수는 “기본소득 정책은 수급자가 온정주의의 대상이며 자신이 중요하지 않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느낌, 복지를 당연시하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키고와 로스앤젤레스에서 기본소득 실시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시카고의 경우 시의회의 흑인 모임 의원 20명이 정책 취소를 요구하면서 재원을 폭력 예방과 흑인 주민에 대한 보상에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고 시카고 트리뷴이 보도했다. 주민들의 근로의욕을 감퇴시킬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시의원들도 있다.

코네티컷대 경제학교수 스티븐 로스는 “고전 경제학 모델에 따르면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일을 덜 하게 된다지만 스톡턴 실험의 경우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노동을 하려는 의지가 늘어나면서 노동시장에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 “더 큰 규모의 실험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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