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에 준하는 대대적 방역 완화를 발표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자신하던 유럽 국가들이 재유행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방역 수준을 강화하고 백신 미접종자 불이익을 늘리는 등 위드코로나 이전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독일, 새 정부 출범 전 새 방역조치 먼저 발표
독일 새 연립정부를 구성할 정당들은 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새 방역 조치를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주간 신규 확진율이 최고치를 찍자,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방역조치를 먼저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독일에서는 지난 9월26일 총선거 이후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자유민주당 3당이 16년 만에 정권 교체를 위한 새 연립정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새 방역 계획은 현재 직면한 4차 유행 대응에 있어 16개 지방정부가 따를 법적 틀을 제공하는 것으로, 백신 미접종자의 실내 행사 참여 금지와 직장 내 더 엄격한 감염 예방 조치, 신속 검진 대신 유전자증폭(PCR) 검사 요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3당은 코로나19 무료 검진도 재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무료 검진을 실시해오다 백신 미접종자의 접종 독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달 중단한 바 있다.
새 정부가 방역 조치부터 발표하게 된 건 그만큼 감염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로버트코흐연구소(질병청 격)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독일의 신규확진자는 10만 명당 201.1명꼴로, 작년 12월22일 기록한 최고치(10만 명당 197.6명)를 넘어섰다.
원인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백신 접종률이 꼽히고 있다. 특히 병상이 빠르게 차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독일은 인구 규모가 8000여만 명으로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많지만, 완전 접종률은 67% 선에서 정체돼 있다.
이에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백신 미접종자의 불이익을 강화하는 조치도 취해지고 있다. 발병률이 491.3명으로 전국 평균의 두 배가 넘는 동부 작센주는 이날부터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 가장 엄격한 제한 조치인 ‘2G’를 시작했다.
2G는 백신 완전 접종 또는 코로나 완치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 외에는 실내 취식과 실내 행사 참여 등을 금지하는 제도다. 앞서 오스트리아가 먼저 시행해 효과를 거둔 뒤 독일 당국도 도입을 시작했으며, 바덴뷔르템베르크와 바바리아, 헤세 등 2G를 채택하는 지방정부가 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프랑스 입원환자 수 한달래 최대…중환자 수도 ‘껑충’
프랑스도 코로나19 관련 신규 입원 환자 수가 급증하자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보건부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신규 입원 환자 수는 156명으로, 지난 8월2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현재 코로나 관련 입원 환자 수는 6865명으로, 최근 한 달 사이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중환자 수도 40명 늘어 1141명에 이르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도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7277명 발생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0일만 해도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4172명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올해 4월 중순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가 4만2225명에 달하는 대유행을 겪은 뒤 6월부터 1816명으로 떨어졌는데, 조금씩 등락을 반복하던 확진 건수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신규 사망자도 57명 발생했다. 주간 일평균 사망자 수는 41명으로, 한 달 전(25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9일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 관련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덴마크, 위드코로나 두 달도 못 가 ‘중단’ 발표
덴마크도 위드코로나를 시작한 지 채 두 달도 안 돼 다시 백신 접종 증명서 ‘코로나 패스’를 도입하는 등 통제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를 다시 ‘사회적으로 위협적인 질병’으로 분류하고 코로나 패스를 다시 시행하라는 전염병위원회의 권고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덴마크는 작년 말 3차 대유행에 광범위한 봉쇄 조치를 시행한 바 있지만, 백신 완전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면서 지난 9월부로 거의 모든 규제를 해제했다. 코로나 패스 없이 자유롭게 클럽과 식당을 드나들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도 쓰지 않았고, 제한 없는 대규모 모임도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일일 확진자 수가 2300명 수준으로 치솟자 비상이 걸렸다. 덴마크의 인구 규모가 580만 명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위드코로나를 실시하던 9월 중순 일일 확진자 수는 200명 안팎에 불과했다.
매그너스 휴니케 덴마크 보건장관은 “유럽 여러 나라들은 4차 대유행 한 가운데 있고, 덴마크는 3차 대유행으로 가고 있다”며 경각심을 높였다.
◇전 세계 확진자 2억5000만 명 넘겨…유럽 중심으로 다시 증가
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확산 기간이 이달로 2년째에 접어들었지만, 백신 개발 이후에도 여전히 확진세는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일 기준으로 2억5000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9일 오전 기준 전 세계 확진자 수는 2억5096만9343명이다.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되고 확진자 수가 5000만명이 되는 데 약 1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바이러스는 여전히 매서운 속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방역을 해제했던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것도 우려 요소다. 유럽의 신규 확진자는 나흘에 100만 명꼴로, 최근 확진자 절반 이상이 유럽에서 나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확진·사망 건수는 8월 말쯤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지난달 들어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두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개별 지역별로 다른 지역은 감소세가 계속됐지만, 유럽만 감염자가 늘면서 전체 확진 건수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10월 중순의 경우 전 세계 확진자 증가율은 4%를 유지했는데, 유럽의 증가율이 18% 이상 급증해버리자 상황이 반전됐다고 WHO는 전했다.
백신 접종이 늘면서 안정세로 접어들던 감염 상황이 두 달 만에 반등한 변수로는 위드코로나가 꼽히고 있다. 최근 대유행에 직면한 독일과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 대부분은 위드코로나에 준하는 대대적 방역 완화를 선도했던 국가들이다. 러시아만 예외인데, 러시아는 백신 완전 접종률이 34.4%로 원체 낮다. 전 세계 평균(40.1%)에도 못 미친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 지역 책임자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유럽 53개국에서 감염 속도가 심각하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내년 2월까지 50만 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면서 위드코로나를 시행 중인 유럽 국가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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