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美정부와 백신 특허권 분쟁중…“이익 배분 큰 영향”

미국 모더나사가 코로나 19 백신 특허 신청서에 자사 직원 이름만 넣고 국립보건원(NIH) 과학자 3명의 이름을 제외시켜 연방정부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또 이 분쟁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백신 공급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이익 배분에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더나 백신은 모더나사와 NIH가 4년 동안 협력해 만들었다. 모더나 백신의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지면서 두 기관 사이의 협력관계는 성공사례로 꼽혀왔다. 1년 전 미 정부는 이 백신을 “NIH-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이라고 명명했다.

NIH는 산하 백신연구센터 소속 과학자 존 마스콜라 센터장, 최근 퇴직한 바니 그레이엄 박사, 현재 하바드대학교에 재직중인 키즈메키아 코르벳 박사 등 3명이 모더나사 과학자들과 함께 백신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유전반응을 설계했다. 따라서 “특허 신청서”에 이름이 올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더나사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미 특허상표청을 상대로 이의신청을 제기한 모더나사는 “위 세 사람은 공동 발명자가 아니다라는 선의적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직 승인되지 않은 모더나사의 특허신청에는 모더나 과학자들만이 발명자로 올라 있다.

NIH는 반년 넘게 분쟁 해결을 위해 모더나와 대화해 왔으나 모더나사가 특허상표청에 이의신청을 하자 크게 놀랐다고 한다. 특허청이 언제 특허를 내줄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특허청은 특허권 부여 여부를 결정할 권한만 가지고 있다. 특허권 부여 결정 때까지 모더나와 NIH 사이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특허청은 많은 비용과 소음이 뒤따를 소송을 시작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특허권 분쟁은 과학적 명예 차원을 훨씬 뛰어 넘는 사안이다. NIH 과학자 세 사람이 모더나사 과학자들과 함께 특허신청서에 이름이 오르면 모더나의 백신제조에 NIH가 더 많이 개입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여러 나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NIH는 또 기술 라이센스에 대한 거의 무제한적인 권리를 확보하게 돼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다.

모더나사는 가난한 나라들에 백신을 공급하지 못해 미 정부와 각국 정부들로부터 불만의 대상이다. 모더나사는 백신 개발에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 가까운 세금을 지원받았다. 현재 모더나사가 체결한 백신 공급 계약은 내년말까지 350억달러(약 41조3000억원)에 달한다.

NIH는 NYT에 보낸 입장문에서 NIH와 모더나가 분쟁중임을 확인하면서 “NIH는 모더나의 발명권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NIH 발명자들을 특허신청서에서 배재하는 것은 NIH의 공동소유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상황을 잘 아는 과학자들은 이번 일을 모더나의 배신으로 보고 있다. 14억달러의 세금 지원을 받아 백신을 개발하고 5억회분을 81억달러를 받고 미국에 공급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의 관행에 따라 모더나는 백신의 여러 기술적 특성을 여러가지로 나누어 미국과 여러나라에서 특허권을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분쟁 대상인 특허신청이 모더나의 지적재산권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말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분쟁에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으나 미 정부는 모더나사가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가난한 나라에 백신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는다고 불면을 표시해왔다.

활동가들은 정부가 모더나사를 압박해 백신 제조법을 공개하고 보다 싼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청원해왔지만 당국자들은 모더나에 그런 요청을 할 권한이 없다고 밝혀왔다.

NIH가 공동발명자로 등재된다면 모더나의 승인없이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게 라이센스를 부여할 권리를 갖게된다. 이 결우 모더나 백신 공급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라이센스를 받는 제조사들은 여전히 제조법은 물론 모더나사만의 기술력과 같이 모더나백신을 신속하게 제조하는데 필요한 요소를 갖지 못한다.

모더나사로선 자사 과학자들 명의만으로 특허권을 받을 경우 백신을 자체 개발했다는 점을 내세워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그래야만 가난한 나라에 백신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요구를 반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