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핵잠 기술 지원은…美 “좋은 동맹에 좋은 대접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2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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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현지 시간) 미중 간 관계가 꼭 신냉전으로 흐르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치열하게 경쟁하되 불필요하게 충돌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로 미중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 갈등 수위를 조절하려는 백악관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호주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을 전수받게 된 것에 대해서는 “좋은 동맹은 좋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호주 로이(Lowy)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 출연해 “미중이 신냉전으로 가고 있다거나 충돌의 길로 가고 있다거나 혹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극심한 경쟁이라고 말한 방향으로 나아갈 선택권이 있다”고 했다. 미국이 자국의 가치를 지키면서 경제와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힘써 경쟁하는 것이 대중 정책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는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중국이 국제적 시스템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 역시 (미국이 나아가야 할) 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또한 인도태평양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현실을 다루는 법을 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이 영국, 호주와의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결성하며 호주에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지원키로 한 것에 대해 “당신이 우리에게 베팅한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베팅하겠다‘는 신호를 동맹들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보내고자 했던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보유한 가장 발전되고도 민감한 기술로 여러분에게 걸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 큰 안정성과 안보, 억지를 창출할 집단적이고 단결된 능력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핵기술을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것은 1958년 영국에 이어 6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관점에서 이는 폭넓은 파트너십의 문제이자 더 크게는 동맹을 둘러싼 수사에 있어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문제”라며 “미국에 좋은 동맹은 미국으로부터 좋은 동맹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역설했다. 중국의 거센 경제 보복과 압박에도 호주가 쿼드(Quad)에 적극 동참하는 등 미국의 대중견제 전선에 함께 하는 것을 평가하는 발언이다.

다만 그는 호주 정부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을 지원받기로 결정, 발표하는 과정에서 이 사안을 다룬 방식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발표를 둘러싸고 있었던 과제들에 천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어느 시점에선가 역사학자들에게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되겠지만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나는 현재와 미래만 보면서 가겠다”고도 했다. 미국이 이 사안을 놓고 또 다른 주요 동맹인 프랑스와의 갈등이 빚어진 것에 대해서는 호주 정부에 간접적인 불만을 드러낸 부분이다.

호주는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을 받기 위해 앞서 프랑스와 진행했던 900억 달러 규모의 디젤 잠수함 협상을 파기했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프랑스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미국-프랑스 관계가 휘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한 일은 어설펐다”며 사실상 사과하는 등 프랑스 달래기에 한동안 공을 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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