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 동안 리비아를 통치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2011년 사망)의 아들인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49)가 다음달 리비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전망이라고 AP통신 등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이프는 반인륜적 행위 등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인물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사이프의 후보 등록을 받았다고 온라인 성명을 통해 밝혔다. 사이프는 후보 등록 후 이슬람 경전 꾸란을 인용하며 “신이시여, 저와 국민 사이에 진실을 밝혀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는 올 7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탈리아에 기름을 수출해 이탈리아의 절반을 밝히지만 정작 우리는 정전을 겪고 있다”면서 경제난과 함께 내전까지 겪은 리비아의 상황을 비판했다. 당시 인터뷰는 2011년 카다피가 축출된 후 사이프의 첫 언론 인터뷰였다. 그는 아버지가 실각한 해 민병대에 잡혀 올 6월까지 구금돼 있었다.
사이프는 카다피의 둘째 아들로 카다피 생전에 정부의 공식적인 직책은 맡지 않고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했지만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다. 2008년 런던정경대(LSE)에서 민주주의 관련 논문을 써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당시 박사 학위 논문이 대필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스라엘 여배우와 스캔들이 난 적도 있다.
사이프의 몰락은 아버지 실각과 함께 이뤄졌다. ICC는 리비아 혁명 과정에서 반인륜적 범죄와 전쟁 범죄를 벌였다는 혐의로 사이프에게 2011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ICC 측은 사이프의 출마 소식에 “정치 상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지만 법원에서 사이프의 신분은 그대로다”면서 체포영장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ICC와 별개로 리비아 법원에서도 사이프에 대해 궐석 재판을 진행해 2015년 사형이 선고된 상태다. 사이프 측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협상을 통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대선은 다음달 24일 열린다. 22일까지 예정된 대선 후보 등록에서 주요 후보의 등록은 사이프가 처음이다. 사이프 외에 동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와 압둘 하미드 드베이아 임시 총리 등이 출마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이프의 대선 후보 자격은 이의 제기가 있을 경우 위원회가 직권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
NYT는 7월 인터뷰 당시 리비아에서 이뤄진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사이프에 대한 리비아 국민의 신뢰도가 57%에 이른다고 전했다. 리비아는 2014년 내전이 발생한 뒤 국제사회가 개입해 이번 대선이 치러지게 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