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식업무 때 사용하는 국기, 3색 중 파란색 짙게 바꾸라고 지시
佛혁명부터 1976년까지 쓰던 색… 언론 “내년 재선 노린 정치적 의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4)이 프랑스 국기 ‘라 트리콜로르(La Tricolore·삼색기)’의 세 가지 바탕색 중 밝은 파란색을 ‘네이비블루’로 불리는 짙은 파란색으로 바꿔 사용해 온 사실이 알려졌다. 내년 4월 치러지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보다 강렬한 색깔로 자신의 혁명가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일종의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라디오방송 유럽1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7월부터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공식 행사는 물론이고 대국민 TV 담화나 주요 정책 발표 때 자신의 옆이나 뒤에 두는 삼색기의 파란색을 더 짙게 바꾸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엘리제궁은 국기 일부 색깔을 바꾼다는 공표는 하지 않았고 다른 정부기관에 따라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아 그간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1794년 지금의 모양으로 완성된 삼색기의 파란색, 하얀색, 빨간색은 각각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한다. 이 중 유독 파란색만 그동안 밝은 파랑과 짙은 파랑이 혼용돼 쓰였다. 특히 마크롱이 선호하는 짙은 파랑은 일부 프랑스인에게 ‘성스러운 파랑(sacre bleu)’으로 불리며 대혁명의 정신을 더 잘 나타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1976년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당시 대통령은 정부기관의 삼색기를 밝은 파란색으로 통일하라고 지시했다. 밝은 파란색이 유럽연합(EU) 깃발의 파란색과 더 비슷하기 때문에 EU 통합의 정신을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프랑스 헌법 2조는 삼색기의 색깔 배치 순서를 정확히 지키도록 했고, 보안법에도 국기를 훼손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다. 다만 삼색기 색깔을 밝게 하거나 어둡게 하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 마크롱은 2017년 대선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사회를 양분해온 우파 공화당, 좌파 사회당의 구도를 깨자며 신생 정당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를 창당해 당선됐다. 집권 내내 연금 개혁 등 각종 공약을 지키지 못해 개혁가의 이미지가 많이 옅어졌다. 이런 상황을 대혁명을 상징하는 국기 색깔 변경으로 돌파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자신을 프랑스 혁명과 연결하려는 시도”라며 “의심의 여지 없이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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