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 공범으로 몰렸던 주요 산유국과 각국 석유업체 등 소위 ‘화석연료 진영’이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에 힘입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13일 폐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화석연료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끝난 것도 ‘아직은 화석연료가 필요하다’는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1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석유산업전시회 행사에 참가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술탄 알자비르 아랍에미리트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은 “세계가 당장 현재의 화석연료 체계를 플러그 뽑듯 그만둘 순 없다”며 “사람들은 여전히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도 수십 년간 석유와 천연가스는 가장 비중이 큰 에너지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하일 마즈루아이 UAE 에너지장관 또한 “석유와 천연가스 사용이 단계적으로 없어질 것이란 견해는 ‘망상(delusional)’이라고 가세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아지즈 빈살만 에너지 장관 또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과 균형을 맞춰 이뤄져야 한다. 국가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탄소 배출량이지 에너지 자원의 종류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모하메드 바르킨 OPEC 사무총장은 ”COP26에서의 논의가 감정적으로 치우친 부분이 있었다“며 2022년과 2023년 각각 이집트와 UAE에서 열리는 COP26에서는 일방적인 화석연료 감축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의 석탄값이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난방수요가 많은 겨울이 다가오는 와중에 물류대란 등으로 에너지 수요까지 급증하자 화석연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여파로 풀이된다. 벤 넬슨 무디스 부회장은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가 최근 몇 년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요 급증이라는) 시장 변화에 충분히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의 석탄발전 생산 또한 2014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비 증가할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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