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 중단 첩보위성 예고없이 파괴… ISS 궤도와 파편들의 경로 겹치며
ISS 체류 美 4명-러 2명-獨 1명 등 비행사 7명 우주선으로 긴급대피
美 “러, 우주 안전 고의 무시” 비판… 英 “파편들, 수년간 위험요소 될 것”
러 “잔해물 ISS 궤도 탈피… 정상화”
러시아가 15일 자국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하는 시험을 했고, 이때 생긴 파편과 충돌 위험에 놓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비행사들이 한때 우주선으로 긴급히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로이터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가 지상에서 예고 없이 발사한 미사일이 러시아 위성을 파괴해 우주 저궤도에 파편이 무더기로 발생했다고 미국 우주군사령부가 밝혔다. 위성은 추적 가능한 크기의 파편 1500개와 이보다 작은 조각 수만 개로 쪼개졌다.
약 400km 고도에서 1시간 반마다 지구 주위를 도는 ISS의 궤도와 파편 무더기의 경로가 여러 차례 겹치면서 ISS에도 비상이 걸렸다. 우주에서 초속 7km 이상으로 날아다니는 이 파편들과 충돌하면 ISS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ISS에 머무르는 우주비행사들은 각 부위 연결부의 출입문을 닫고 각자 타고 왔던 우주선으로 이동해 대피를 준비했다. 당시 ISS에는 미국인 4명, 러시아인 2명, 독일인 1명 등 우주비행사 7명이 머물고 있었다. ISS는 2007년 중국의 위성요격 시험 당시에 생긴 파편을 피하기 위해 이달 10일에도 ‘회피 기동’을 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위험한 시험을 했다고 비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러시아 우주비행사도 ISS에 머무르는 점을 겨냥해 “러시아가 미국인과 ISS에 있는 다른 나라 우주인, 심지어 자국의 우주인까지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자국 위성 중 하나를 겨냥해 신중하지 못한 요격 시험을 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디킨슨 미국 우주군 사령관도 “러시아는 우주의 안보와 안전을 고의로 무시해왔다”고 비판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번 시험으로 발생한 파편들은 앞으로 수년간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16일 “이번 시험 발사로 인한 위성 잔해는 ISS와 주변 위성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도 “(잔해물이) ISS의 궤도를 벗어났고 승무원들이 정상 상황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위성 요격 미사일 발사 시험은 올해 4월에 이어 7개월 만이다. 러시아가 이날 발사한 것은 저궤도 위성요격용 ‘누돌’ 미사일로 추정된다. 파괴된 위성은 1982년에 발사돼 오래전 작동을 중단한 첩보위성 ‘첼리나-D’라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위성공격무기(ASAT)는 적의 항법, 통신, 방송 체계 등을 순식간에 마비시킬 수 있어 종종 전략자산으로 분류된다. 이 무기의 개발은 우주 개척 역사와 거의 동시에 시작됐다. 미국은 위성 자체가 드물었던 195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요격 시험을 했고 소련도 곧 ASAT 개발 경쟁에 나섰다. 미국은 1985년 F-15 전투기에서 미사일로 자국 위성을 요격하는 시험을 한 후 20여 년간 해당 시험을 하지 않았다. 2007년 중국이 수명을 다한 자국 기상위성을 파괴하는 시험을 하자 미국도 1년 뒤 이지스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며 요격 시험을 재개했다. 2019년 인도 또한 자국 위성 격추에 성공했다.
각국의 위성 요격 시험이 잇따르면서 우주 쓰레기가 연쇄적으로 인공위성에 충돌하는 이른바 ‘케슬러 증후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96년 프랑스 인공위성이 우주 쓰레기에 부딪혀 가동이 중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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