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매출 실적이 없는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이 독일의 폭스바겐마저 넘어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3위 자동차 기업 자리에 올랐다. 증시로 투자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전기차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생기는 현상이지만 ‘전기차 버블’이 증시에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16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리비안의 주가는 15.16% 급등한 172.01달러에 마감했다. 10일 공모가 78달러에 나스닥에 상장한 리비안은 첫날부터 주가가 30% 가까이 폭등하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시가총액을 단숨에 앞질렀다. 리비안은 이후에도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 16일에는 시총이 1467억 달러로 부풀면서 독일의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1373억 달러)마저 제쳤다. 상장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테슬라(1조400억 달러)와 일본 도요타(3062억 달러)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 3위의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리비안은 2009년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로버트 스캐린지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했다. 그동안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인정받은 리비안은 아마존과 포드로부터 각각 20%, 12%의 지분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제2의 테슬라’로 기대를 모았다. 미국 일리노이주 공장에서 한 해 15만 대를 생산할 능력을 갖췄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전기차 픽업트럭을 출시한 리비안은 곧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보이면서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중국으로도 생산 거점을 늘려나가는 게 목표다. 리비안은 연말까지 전기트럭 1200대와 SUV 25대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아마존이 향후 자사의 배달 차량을 대거 리비안의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어서 기업가치가 더욱 뛰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리비안은 설립 12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전기차 출고 실적이 150여 대에 불과해 보여준 실적만으로는 ‘신생 회사’와 다름없다. 이 때문에 공식적인 매출 실적은 ‘제로(0)’에 가깝고 연간 손실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아직까지는 적자만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는데도 시장은 전기차 산업에 대한 순전한 기대감 때문에 리비안에 환호하고 있다. CNN방송은 “10년 전 테슬라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쳤던 투자자들이 또 다른 전기차 개척자(리비안)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리비안의 주가가 5일 연속 급등하면서 폭스바겐을 제쳤다”며 “리비안은 매출이 ‘제로’인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됐다”고 보도했다.
요즘 월가에서는 ‘전기차’라는 단어만 연관되면 바로 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파산 위기에 처했던 렌터카 업체 허츠는 지난달 전기차를 대량 주문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주엔 속옷 업체 네이키드브랜드가 전기차 업체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매수 주문이 폭주했다. 이날 전기차 업계의 또 다른 ‘샛별’인 루시드 역시 주가가 24% 폭등해 주당 55달러를 돌파했다. 이로써 루시드의 시총도 899억 달러로 치솟으면서 포드(791억 달러)를 제쳤고 이젠 GM(909억 달러)마저 넘보는 위치가 됐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 산업 라이벌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를 견제하기 위해 일부러 리비안을 띄우고 있는 것도 전기차 주식에 대한 투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전기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치솟으면서 시장에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사 밀러테이백의 매슈 메일리 시장전략가는 최근 전기차 업계의 주가를 놓고 “시장에 거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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