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을 중심으로 내년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 전망은 새 위험 변이가 출현하지 않고, 백신과 자연 면역, 치료제가 복합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상황을 전제한다.
글로벌 보건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만 여전히 백신 1차 접종률이 5%도 채 되지 않는 극심한 불평등이 팬데믹 극복을 가로막을까 우려하고 있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 신경제포럼에 참석해 “내년 중반까지는 감염률과 사망률이 계절성 독감수준으로 떨어져 사실상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새로운 위험한 변종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가정을 전제하고, “자연 면역과 백신 면역, 경구 치료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률과 사망률을 극적으로 낮추면 이 같은 일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방역 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로이터 토털 헬스 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가 내년에는 엔데믹(풍토병), 즉 독감과 같은 주기적 유행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과 부스터샷 접종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할 것”이라며 “미국의 모든 사람이 부스터샷을 맞는다면, 내년 봄까지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결국 백신과 치료제 공급이 풍부할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백신 접근성이 높은 선진국과 그렇지 않은 저개발국이 체감하는 분위기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59%에 달하고, 네덜란드나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의 경우 80%를 상회하기도 하며, 전 세계 평균도 이제 41.5%로 올라섰다.
반면, 주로 아프리카에 걸쳐 있는 저소득 국가들은 1차 접종을 겨우 마친 비중조차 4.6%에 그친다고 미 CNN은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에리트레아와 북한은 아직 백신 접종을 시작도 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이 부스터샷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앞으로 백신 공급 격차가 더 커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프랑스와 호주,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은 이제 부스터샷까지 맞아야 완전 접종자로 분류하고 ‘백신 패스’를 부여하며 추가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문제는, 백신 접종 불평등 속에서 또 다른 변이가 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백신 출시 이후에도 코로나19 장기화를 야기한 델타 변이는 백신 접종이 한 자릿수에 그치던 인도에서 확산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다비드 나바로 WHO 코로나19 특사는 “이 바이러스에 그렇게 당하고도 백신을 주요 무기로 삼는다면 새 변이만 출현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매일 전 세계에 공급되는 부스터샷이 저소득국 최초 접종분보다 6배나 많다는 사실은 ‘수치스러운 일(a scandal)’”이라면서 “고령층과 고위험군, 의료진 1차 접종도 못한 나라들이 있는데, 건강한 성인과 아동에게 부스터 백신을 맞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부스터샷 등 백신 접종과 치료제 사용을 전제 하에 미국의 코로나19 관련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게이츠도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지역 상황에 대해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8일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2억5573만2879명, 누적 사망자 수는 513만896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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