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휘발유價 1년 전보다 60% 폭등… “비용은 줄고 있는데 고유가 그대로”
연방거래위원장에 “불법행위 점검”, 美석유協 “상황 악화시키는 결정”
“기업 희생양 삼는 정치쇼” 지적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최근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름값 폭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유회사들이 불법행위를 통해 유가를 밀어 올리는 것이 아닌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게 “석유·가스 회사들의 반(反)소비자 행위의 증거가 쌓이고 있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FTC는 기업들의 독과점 등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는 연방기관으로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칸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석유·가스 회사들의 비용은 줄어들고 있지만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면서 “FTC는 기름 가격 상승에 불법행위가 있는지 조사할 권한이 있다. 지금 당장 그것을 하리라 믿는다”고 주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지난달 기준 비정제유의 가격은 5% 하락한 반면 휘발유 소비자가는 3% 올랐다.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큰 차이”라며 “미국의 석유·가스 대기업들은 에너지 가격이 높은 것을 이용해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이에 FTC 대변인도 언론에 “FTC는 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우리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3.41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29달러나 올랐다. 기름값 상승은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자동차 이용이 잦은 미국인들에게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물가 급등에 따른 경제난으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국정 동력을 살리기 위해 물가 추세를 어떻게든 되돌려 놓는 것이 절실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의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반격의 시도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기름값이 민심에 끼치는 영향이 작지 않은 만큼 관련 업계에 대한 조사는 역대 미국 행정부에서도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이뤄져 왔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기업들을 조사하면서 가격 폭리나 시장 조작 혐의를 실제로 밝혀내는 데 성공한 적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에너지 정책 자문관을 지낸 밥 맥널리는 WSJ에 “바가지요금에 대한 조사를 FTC에 지시하는 것은 ‘공구 키트’ 안에서도 가장 오래된 도구”라며 “이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이어져 왔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기관과 공권력을 동원해 ‘물가 잡기’에 나서는 것은 정유사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정치적인 ‘쇼’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해당 기업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 이익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는 성명을 내고 “(FTC의 조사는) 기본적인 시장 변화를 읽지 못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경솔한 결정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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