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제가 환율 위기에 직면하며 정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터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내리며 리리화 가치는 사상 최저로 미끄러졌다.
환율 위기가 터키 경제를 뒤흔들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20년 장기 집권이 좌초될 위험에 처했다고 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미 달러 대비 리리화 가치는 역대 최저를 경신하며 급락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낮춘 것이 직격탄이었다. 3개월 사이에 3번째 금리 인하다.
리라화 가치는 3월 이후 33% 넘게 떨어져 올들어 주요 신흥국 가운데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리라화 약세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처한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경제전략의 일환으로 금리 인하를 계속해서 압박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3년 동안 중앙은행 총재 3명을 비롯해 자신의 경제정책에 반기를 든 정부 인사들을 잇따라 경질했다. 낮은 금리는 성장을 촉진한다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강조한다.
블루베이자산관리의 티모시 애쉬 신흥시장 전략가는 “그냥 미쳤다”며 “터키에서 올들어 단행된 금리인하 중에서 단 하나도 정당한 것이 없다”고 힐난했다. 그는 “에르도안이 자신 만의 통화정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 처음 총리로 시작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중산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지만, 잇단 경제정책 실책으로 최대 난관에 직면했다고 WSJ는 평가했다. 터키 여론조사기관 메트로폴에 따르면 지난달 대통령 지지율은 전월 대비 2.5%p 떨어진 39.9%였다.
야권에서는 경제불안에 조기 총선 요구가 거세졌다. 다음 총선은 2023년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조기 총선요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조기 총선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법적으로 제한된 2번 임기를 무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하지만 리리화 급락으로 물가가 급등하며 식품, 의료품, 에너지와 같은 생필품 가격이 치솟고 임금인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을 강하게 위축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리리화 초약세로 인해 터키의 대외 채무상환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수출경쟁력이 생기겠지만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앙은행을 비롯한 정부가 물가를 통제할 것이라는 신뢰도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고 현지인들은 외국 통화로 갈아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터키 은행 예금의 절반 이상이 외국 통화다.
이스탄불 주민 아이세 카야(60)는 WSJ에 “재앙 속에서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너무 비싸다. 리리화는 붕괴했다. 우리나라 돈은 모든 가치를 잃어 버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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