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이 지난 18일 치러진 한국의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집중 조명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힘든 시험 중 하나”라고 했다. 수능을 ‘8시간의 험난한 마라톤’으로 빗대 표현한 방송은 “입시와 커리어, 미래 인맥 등 수능에 걸린 것이 너무 많아 학생들은 시험을 잘 쳐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소개했다.
BBC는 이날 유튜브에 ‘한국 수능 시험: 울고 싶었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었다’라는 제목의 4분 54초짜리 영상 기사를 업로드했다. 영상에는 수능 시험을 치르는 한국 고3 여학생 세 명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먼저 서울에 사는 김민서 양은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공부에 매진했다. 민서 양은 “한국에 텐투텐(10-10)이라고 아시냐,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학원에 있는 것을 말한다. 그걸 아마 한국 학생들은 어린 나이부터 많이 겪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일 힘든 점은 이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내일 아침에도 일어나서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주말에는 더 일찍 일어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니 너무 힘들고 지친다. 울고 싶을 때도 많고 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 친구들과 소소하게 대화하고 맛있는 것 먹으며 그나마 스트레스를 풀고 버틸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섬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김가연 양은 “매주 여수에 있는 집에 가야 해서 그때마다 과외를 받았는데,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게 힘들어서 관뒀다”라며 “성적도 계속 떨어지니까 혼자 준비해야 했다. 피드백을 주실 선생님도 없어서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이한슬 양은 “나랑 같이 (수능을 준비)하는 친구가 없다는 힘든 점이 있다”라며 “주말에도 어디 잠깐 나가는 게 부담스러워서 거의 6개월 넘게 집과 독서실만 다녔다”라고 했다.
이어 “수능과 입시 교육제도 자체가 ‘내가 수능을 못 보면 어떡하지? 내가 수능을 잘 못 보면 실패한 사람인 것 아닐까? 내가 가치 없고 능력이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같다”라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능 성적이 말해주는 건 수능성적밖에 없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과 뿌듯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제일 안 좋은 것은 친구도 없이 혼자 공부해야 한다는 것 같다”, “이제 시험에서 지식보다 인내력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 “내가 시험 준비할 때가 생각난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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