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회담 사흘만에 中압박… 사절단 없이 선수단만 보낼 듯
中 “스포츠 정치화 말라” 반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내년 2월 열리는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18일(현지 시간)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화상 정상회담 사흘 만에 올림픽 보이콧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종전선언 구상도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한다는 건 선수단은 파견하되 개·폐회식에 정부 고위급이나 정치권 인사들로 구성된 공식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적 보이콧 검토와 관련해 “우리는 신장 지역 인권 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정면 충돌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별개로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외교적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 정치권과 인권단체들은 중국 당국의 신장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베이징 올림픽 참여 문제로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하면 유럽연합(EU)과 영국 등 주요 동맹국을 중심으로 올림픽 불참이 확산되면서 중국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보이콧 검토’ 발언을 두고 “신장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고 했다.
文정부 ‘베이징올림픽 때 종전선언’ 성사 불투명
美, 베이징올림픽 ‘외교 보이콧’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중국이 특정 국가에 보복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올림픽 보이콧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이미 중국의 보복까지 계산에 두고 동맹국과 공동 전선을 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기 말 종전선언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 만료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북미중이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 종전선언 문안 협의에 속도를 내왔다. 베이징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게 되면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채택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아직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이 나오면서 종전선언 구상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 측 고위 당국자가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할지도 미지수다. 북한은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여서 국가 차원에서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고 선수 개인 자격으로만 출전할 수 있다. IOC는 북한이 7월 열린 도쿄 올림픽에 불참했다는 사유로 북한올림픽위원회 자격을 내년 말까지 정지했다. 다만 외교 당국은 미국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이 현실화되더라도 종전선언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베이징 올림픽을 종전선언 계기로 못 박을 이유가 없다. 그 전이라도 여건이 마련되면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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