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회견이 일본 측 거부로 무산된 가운데, 일본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현명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22일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한일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한국의 무분별한 행동은 비난받아야 하지만 이를 이유로 한미일의 결속 기회를 놓친 일본의 판단도 현명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한미일 협력 틀의 흔들림은 북한을 이롭게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 행정부는 한국 측에 어느 정도 배려를 하면서도 조기 (종전) 선언에는 신중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한미일 간 조율의 장 중 하나가 워싱턴에서 얼마 전 있었던 외무성 차관급 협의였다.그런데 공동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한국 경찰청장이 전날 독도를 방문한데 일본 측이 반발해 공동 기자회견을 거부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등 한미일 외교차관은 17일 미 국무부에서 회담을 진행한 뒤 공동 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전날 김창룡 경찰청장의 최근 독도 방문을 문제 삼으면서 공동회견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 신문은 “한국전쟁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1953년 휴전협정이 맺어진 채 70년 가까이 종결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된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떠오른 공식적인 전쟁 종결의 길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적었다.
이어 “다만 문제는 지금의 북한 정세에 대해 어떻게 한반도의 안정을 이끌 것인가이다. 확실한 전망과 장기적인 대책을 구상한 다음 진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가까운 시일 내에 종전선언을 내놓자고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대화 재개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 미국과 일본에 대한 설명이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이에 대해 일본과 미국은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확실히 선언이 정말로 북한의 태도를 바꿀지는 보장할 수 없다”면서 “(종전선언은) 북한에 실리를 주지 않으면서 관심을 끄는 카드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한미일은 검토해,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문재인 정권은 내년 봄 대선의 긴장을 높이고 싶지 않거나 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의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졸속은 금물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에 얽매이지 말고 긴 시야에서 미국, 일본과 조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정부가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이유는 미사일 발사에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등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도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선언이 반드시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외교전략이다. 강경한 전략으로 실패한 아베 정권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미일 외교차관들이 미국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려 했던 기자회견이 돌연 무산되면서 미국 국무부 부장관만 홀로 회견에 나서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강조해 왔던 한미일 3국 공조가 삐걱거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주도한 2번째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서 이같은 파열음이 불거져 나옴에 따라 향후 3국 공조에도 영향을 받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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