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신변 이상설이 나돈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5)와 21일 영상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펑솨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1기에 부총리를 지낸 장가오리(張高麗·75)에게 성폭행당했다고 2일 폭로한 지 19일 만이다. 펑솨이는 이번 통화에서 “잘 지낸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정말 자유로운 상황인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IOC는 21일 성명을 통해 바흐 위원장, 엠마 테르호 IOC 선수위원장, 리링웨이 중국 IOC 위원이 이날 평솨이와 약 30분간 통화했다고 밝혔다. 통화에서 펑솨이는 “베이징의 집에서 안전하게 잘 지낸다. 지금은 내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다”고 설명했다고 IOC는 전했다. 그가 당장은 친구 및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테니스는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고도 전했다. IOC는 바흐 위원장과 펑솨이의 통화 모습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IOC는 펑솨이가 바흐 위원장이 내년 1월 베이징에서 펑솨이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겠다고 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테르호 선수위원장 또한 “그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편안해 보였다”고 했다.
이날 통화는 딕 파운드 캐나다 IOC 위원이 20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을 압박한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중국의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 보이콧 가능성을 제기해온 서방 출신 IOC 위원의 문제제기 직후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보이콧을 피하려는 중국 측의 노림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폭로 후 펑솨이의 안전을 줄곧 우려해 온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는 21일 성명을 통해 “영상으로 펑솨이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펑솨이가 검열이나 강압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 안전한지에 관한 우려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WTA 대변인 또한 로이터통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가 안전하다고 믿기에 충분치 않다”고 했다.
펑솨이는 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장 전 부총리가 2007년 자신을 성폭행했고 이후 수년 간 부적절한 관계를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이 글은 20여 분만에 삭제됐고 이후 그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감금설’ ‘실종설’ 등이 불거졌다. 중국 관영매체는 펑솨이가 썼다는 이메일을 보도하고 식당 및 행사장에 나타난 그의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당국의 강압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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