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아세안 화상 정상회담서 구애
“패권주의 반대, 지역평화 도울것”
농수산물 수입 등 경제 지원 약속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총리 참석’ 관례를 깨고 직접 나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대국이 소국을 괴롭히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아세안을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시 주석은 향후 5년간 아세안으로부터 180조 원가량의 농수산물 수입을 약속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과 아세안 대화 관계 구축 30주년을 기념한 이날 회의에서 “중국은 과거 아세안의 좋은 이웃이자 친구, 파트너였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전략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한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한 듯 “진짜 다자주의를 실행해야 하며 협상을 통해 국제적 지역적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은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단호히 반대하고 아세안에서 패권(헤게모니)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시 주석은 “중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 발전을 도울 것”이라면서 “아세안과 함께 ‘간섭’을 배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섭’이란 표현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은 당사국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아세안에 공들이고 있는 미국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앞으로 5년 동안 아세안으로부터 1500억 달러(약 178조 원)어치의 농수산물을 수입하기로 했고, 3년간 아세안 경제 회복을 위해 15억 달러(약 1조78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1억5000회분에 달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제공하고 아세안 백신기금에도 500만 달러(약 60억 원)를 지원할 방침이다. 1000가지 과학기술을 아세안에 이전하고, 앞으로 5년간 아세안 청년 과학자 300명을 중국으로 초청해 지원하기로 했다.
시 주석이 이처럼 아세안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선물 보따리를 풀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선 것은 중국을 포위해 오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2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 4년 만에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아세안에 적극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회의에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참석했다. 이 회담 직후 중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중국과 아세안만의 정상회의를 따로 열자고 제안했고 한 달 만에 시 주석이 직접 참여한 회의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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