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연일 악화하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최대 과제로 꼽히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은 첫 임기 동안 연준 역사에서 가장 비둘기파적인 의장이 되며 완전 고용에 우선권을 부여했다”며 “두번째 임기에선 일자리를 희생할 위험을 무릅쓰고 인플레이션에 우선권을 주는 역행을 실행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6.2% 오르며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반면 노동력 부족이 만연하고 임금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모두 연준의 2%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파월 의장도 백악관 재지명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공고화 방지 의지를 밝혔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가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안다”라며 “우리는 경제와 강력한 노동 시장을 지지하고 높은 인플레이션이 견고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우리 수단을 사용한다”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과 이번에 부의장으로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모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관련 장애물이 줄어들면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평가하던 파월 의장의 인식이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WSJ는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난해 미국 실업률이 15%에 육박하고 인플레이션은 0.2%로 급감했다. 이에 연준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채권 매입을 재개했으며 금융 위기를 피하기 위해 기업과 시장 참가자들에게 막대한 돈을 빌려줬다.
이후 수요가 경기부양, 저금리, 백신 접종, 경제 재개로 급증한 반면 주요 부품 부족과 노동력 부족 등으로 인해 공급은 부족해져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2% 목표치를 크게 넘었다.
연준은 금리 인상 조건으로 고용 상황과 물가를 보고 있지만, 실업률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인 4.6%에 달하고 임금상승률은 6%로 올랐다. 이에 전문가들은 임금 상승이 지속된다면 물가상승률이 2% 가까이로 떨어지는 것과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년에는 공급망이 정상화되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멈추면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라고 WSJ는 지적했다.
물가상승률이 3% 이상에 머물 경우 파월 의장은 보다 높은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낮은 금리로 뒷받침된 주식과 부동산 가치를 훼손할 수 있고, 실업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WSJ는 “그 위험은 연준과 파월 장관의 정치적 타격도 포함한다”며 “대중은 인플레이션을 싫어하지만 실업률이 높아진 연준에도 감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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