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회복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를 띠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24일(현지시간) 발표된 각종 지표들이 높은 물가 상승률을 나타내면서도 개인소비 증가, 고용안정화 등 경기회복세 조짐을 나타내는 수치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31년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10월 PCE 지수는 전월 대비 0.6%,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5.0% 증가했다. 지난 9월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4.4%였던 것과 비교하면 개인소비지출이 보다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근원 PCE 지수도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4.1% 증가했다. 이는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에 참고하는 물가지표다.
앞서 지난 10일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6.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연준이 목표한 2% 수준의 물가상승 지수보다 3배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CPI 지수가 높음에도 개인소비지출이 늘어난 것은 미국인들이 물가가 비싸도 소비할 여유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한다.
공급망 대란 등이 더 높은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긴 했지만 추수감사절을 비롯한 연말 시즌을 맞아 써야 할 지출을 하는 데에는 문제없을 정도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플레이션이 국민 소비를 억제해야 할 수준까지 상승하면 경기회복세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저소득 가정과 정해진 예산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가스, 음식, 의류와 같은 필수품의 가격 상승으로 생활에 큰 타격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자재 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압박받는 기업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인플레이션 해소 방법 중 하나인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된다.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 이율이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면 부족한 공급량과 균형을 이뤄 물가 상승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은 갖가지 요인으로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고용여건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11월14~20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9만9000건으로, 전주보다 7만1000건 줄었다. 또 이는 시장전망치인 26만건을 훨씬 하회하는 숫자이자, 1969년 11월(19만7000건) 이래 최저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치가 노동 시장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한다는 중요 징후가 될 수 있다는 평도 따른다.
연준은 지난 9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펼쳤던 경기부양책을 단계적으로 철회하겠다고(테이퍼링) 시사하면서도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선 일정 조건이 도달해야 한다며 제로금리 기조를 유지한 바 있다.
당시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이 밝힌 금리인상 조건은 노동시장이 완전 고용 수준으로 회복되고 물가상승률이 2%를 완만하게 웃도는 수준이 되는 것 등이었다.
연준이 제로금리 기조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건 조건 중 고용 안정화 여건은 예상보다 빨리 갖추게 된 셈이다.
이러한 흐름에 연준 내에서도 금리를 기존 예상시기보다 빨리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날 공개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다양한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위원회 목표와 일치하는 수준보다 높게 유지되면 현 예측보다 빨리 연방 기금 금리 목표 범위를 올리고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 매체 CNBC는 이번 의사록이 연준 위원들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상황에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