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 아이 동반 금지”…규정 재검토 요구한 英 엄마 국회의원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노동당 소속 스텔라 크리시 하원의원은 의회 내 자녀 동반은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말을 듣고 이에 문제 제기했다.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영국에서 국회 내 아이 동반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여성 국회의원이 자녀를 의회에 데려올 수 없다는 지시를 받자 이와 관련된 규정에 대한 공식 조사를 요청하면서다.

미국 CNN과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영국의 노동당 소속 스텔라 크리시 하원의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아들과 함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진행되는 토론회에 참석한 후 다른 하원 의원으로부터 “아이를 데려오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크리시 의원은 하원 부의장의 개인 비서관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 해당 이메일은 ‘자녀 동반 시 의원석에 앉으면 안 된다’는 규정과 함께 ‘이 규정이 의회 사유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웨스트민스터 홀에도 적용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영국 하원 의사당과 웨스트민스터 홀 내 아이 동반과 관련해 새로운 규정이 마련됐다. “자녀와 동행할 때는 의원석에 앉지 말아야 하고 의사당 양쪽 끝에 서 있지도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노동당 소속 린지 호일 하원의장은 이번 사건 이후 의회 내 아이 동반에 관한 규칙을 검토할 것을 하원 의사절차위원회에 요청했다고 영국 PA 통신사가 보도했다.

사건 직후 크리시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태어난 지 13주 된 아들을 집에 두고 올 수 없고 출산·육아에 대한 지원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회가 아이 동반 제한 규정을 마련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을 들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반면 마스크 착용에 대한 규정은 없다. 국회가 특정 연령대의 독립적인 재력을 갖춘 남성들로 구성된 이전의 시대에 세워졌음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무엇이 바뀌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해가 되는 것은 어머니들이 정치에 진입하는 데 장벽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정치적 논쟁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 하원 대변인은 “국회의원은 웨스트민스터 홀 내 요구사항에 관해 의장, 부의장, 서기, 경위 직원 등과 언제든 상의할 수 있다”며 “현재 스텔라 크리시 의원과 관련 사안에 대해 소통 중”이라는 입장을 CNN에 밝혔다.

크리시 의원은 둘째 아이 출산 후 출산휴가를 낼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올여름 의회독립윤리기관(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과의 분쟁에서 패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국회 내 아이 동반은 의장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행 국회법 151조(회의장 출입의 제한)에 따르면 회의장에는 의원, 국무총리, 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 그 밖에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과 의장이 허가한 사람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5월 국회의원의 24개월 이하 자녀도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 회의장 아이 동반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