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김치는 이제 트렌디한(최신 유행하는) 슈퍼푸드(영양가 높은 건강 음식) 라는 인식이 커요. 김치버거에 대한 반응이 엄청난 이유입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내에서 만난 한 어니스트버거 매장 관리자는 ‘11월 특별메뉴’ 김치버거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니스트버거는 바이런, GBK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3대 버거체인이다. 코로나19 전엔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영국에서 꼭 한번 들러볼 맛집으로 유명했다. 런던 일대에만 체인점이 20곳이 넘는데 11월 한 달 동안 김치버거가 이 업체 전 지점에서 특별메뉴로 올랐다. 버거의 정식 명칭도 ‘김치’(Kimchi)다.
김치버거는 한류로 김치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를 타고 등장했다. 매장 관계자는 “매달 바꿔서 출시하는 특별메뉴 중 근래 가장 반응이 좋았다”며 ‘굉장하다’는 뜻의 감탄사 어메이징(amazing), 메시브(massive)를 연발했다.
매장 입구부터 김치버거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손님을 맞이했다. 점원들은 메뉴판을 건낼 때마다 이달의 특별식으로 김치버거가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자리에 앉은 젊은 여성 일행, 중년 남성들이 잇따라 김치버거를 주문했다.
담백하고 단 음식을 주로 먹는 영국인에게 맵고 시큼한 김치는 익숙한 맛은 아니다. 그러나 직접 먹어 본 김치버거는 의외의 조화를 이뤘다. 아삭한 생김치와 김치소스가 쇠고기와 치즈의 느끼함을 잡아주며 감칠맛을 냈다.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을 법했다.
어니스트버거의 김치버거는 생김치와 양상추 위에 쇠고기 패티, 불고기 양념 베이컨, 파 맛 버터, 치즈, 특재 김치소스를 올려 만들었다. 이 업체는 이전에도 한국식 버거를 출시한 적 있는데 이번에는 김치 자체에 더 초점을 맞췄다.
김치버거 개발을 협업한 영국의 유명 셰프 제이 머르자리아는 홍보 영상에서 “한국 음식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한국 여행을 갔다 한식에 빠졌다는 그는 런던에서 직접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김치를 활용한 버거가 영국 식당가에 나타난 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쉐이크쉑 버거가 김치를 곁들여 화제를 모았던 ‘고추장 치킨버거’를 지난 여름 영국 매장에서도 한정 출시했다.
어니스트버거는 한발 더 나가 소주를 역대 처음으로 선보였다. 국내 한 소주업체의 자두맛 소주를 김치버거와 나란히 특별음료로 판매했다. 김치와 마찬가지로 ‘소주’(soju)도 한국명 그대로 들여왔다. 메뉴판에 ‘한국인처럼 마시자’(Drink like a Korean) 라는 문구와 ‘한국의 국민 술’(Korea‘s national drink)이라는 설명이 재밌다. QR코드를 따라 들어간 홈페이지에는 “소주는 한국식 모임의 핵심이자 정수이며 저녁 식사와 술게임과 함께 가장 잘 즐길 수 있다. 건배(Geonbae)!”라고 적혀 있다.
어니스트버거는 소셜미디어에서 아예 영상까지 동원해 한국의 술게임까지 소개했다. 소주 병뚜껑 치기 게임을 ’보틀 캡 플릭‘(Bottle Cap Flick)으로, 눈치게임은 ’눈치-리드 더 룸‘(Noonchi-Read The Room)이라고 표현했다.
맥주잔에 소주잔을 띄우는 ’타이타닉‘, 숫자 31을 말하는 사람이 술을 마셔야 하는 ’베스킨라빈스 31‘, 특정 숫자가 걸리면 박수를 쳐야 하는 ’3-6-9‘ 게임도 한국식 명칭대로 즐기는 방법을 공유했다.
영국에서도 유튜브 개인 채널들을 통해 소주나 한국 술게임이 소개된 적이 있지만 현지의 대형 음식점 체인이 이를 조명하고 나선 건 이례적이다.
다만 소주는 여전히 영국인들에게는 낯선 음료다. 어니스트버거 측은 자두 소주를 시음하고 좋아하는 손님도 있었지만 김치버거만큼 반응이 강렬하지는 않았다며 아직 영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술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어니스트버거의 김치버거 출시는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런던 김치 페스티벌‘의 일환이다. 이달 22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런던 그레이호스, 거너스버리 펍, 더 플래이스, 비스트로 48 등에서 현지식으로 해석한 김치 요리를 만날 수 있다.
각 식당의 개성을 살린 김치버거나 김치 돼지갈비, 고추장 김치피자, 김치 샐러드, 김치 홍합 요리, 김치참치 파니니 같은 퓨전 음식이 영국의 식객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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