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발병 초기부터 최소 3주 격리… 전세계 위드 코로나에도 ‘마이웨이’
“칭링정책 없었다면 4784만명 감염”… 오미크론 등장에 추가조치 없을 듯
환추시보 “백신만 믿는 건 위험 입증… 中의 과학-정치적 능력 다시 주목”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세계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자국 방역정책의 정당성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 나섰다.
그동안 중국은 이른바 ‘칭링(淸零)’으로 불리는 무관용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앞세워 초고강도 방역을 시행해왔는데 이를 두고 의료자원을 낭비하고 대중의 공포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그러다 전파력이 델타 변이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자 결국 자국의 칭링 정책이 옳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백신 접종률을 앞세운 서방 선진국들이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며 칭링 정책을 비판해 온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이 오미크론 변이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의 문턱을 잇따라 높이고 있는데도 중국은 별다른 추가 조치를 내놓지 않는 것도 이미 고강도의 칭링 정책을 시행해 왔기 때문이다. ‘칭링’은 ‘초기화’ 정도의 의미로 컴퓨터를 ‘리셋’한다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중국에서 ‘칭링 정책’은 코로나19를 제로 상태로 만든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우준유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CCDC) 수석전문가는 28일 “봉쇄와 격리로 대표되는 칭링 정책은 코로나19 예방의 핵심 내용이고 우리는 이것을 고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칭링 정책이 없었다면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4784만 명, 사망자는 9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29일 오후 현재 공식 집계된 중국의 감염자는 9만8672명, 사망자는 4636명이다.
그는 또 “중국에서 코로나19는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유일한 위협은 해외 유입을 통한 확산”이라며 “이를 철저히 봉쇄하는 것이 중국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우 전문가의 얘기는 최근 베이징대 연구팀이 낸 보고서와 맥락이 같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다른 나라들처럼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하면 하루 신규 확진자가 최대 63만 명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칭링 정책을 치켜세우고 나섰다. 환추시보는 29일 “백신으로만 면역 장벽을 구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증명됐다”며 “오미크론의 전염성이 더 강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서방의 많은 나라들이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강력한 칭링 정책을 유지해 온 중국의 과학적 수준과 정치적 의사결정 능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오미크론의 충격을 가장 잘 막아낼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라고 했다.
중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지난해 초부터 해외 입국자들을 지정된 장소에서 3주간 격리시키고 있는데 이 조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완화된 적이 없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중국 선양시가 해외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8주에 이르는 격리기간을 두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세계 어느 지역과도 비교가 안 된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청두시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던 곳에서 반경 800m 내에 10분 이상 머문 8만2000명의 신원을 조사한 일도 있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칭링 정책을 중국 내 의사들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정부 당국의 정책에 대한 공개 비판이 쉽지 않은 중국 사회에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많은 중국인과 중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들에게 심리적 경제적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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