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방송의 유명 앵커 크리스 쿠오모가 형인 앤드루 쿠오모 전 미국 뉴욕 주지사의 성비위 논란을 덮기 위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레티시아 제임스 뉴욕 검찰총장이 이날 발표한 문서에 따르면 성비위 혐의로 기소된 쿠오모 전 지사 사건과 관련해 동생 크리스가 사건 대응과 무마에 광범위하게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크리스는 형에게 조언해줬다고 인정했지만 이번에 공개된 증거들은 이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의 개입을 보여주고 있다.
법정에 제출한 기록을 보면 크리스는 쿠오모 전 지사의 성추행 사건이 지난 3월 보도되자 당시 의혹을 부인하는 형의 입장문을 직접 쓰고, 보도 동향이나 추가 폭로에 대해서도 취재해 형의 보좌관인 멀리사 디로사에게 전달했다.
크리스는 이를 위해 정보 수집 차원에서 언론인들과 접촉했다. 미공개 조사 기사와 추가 고발에 대한 보도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 등에 대해 상황을 알아본 뒤 사실 관계를 보좌관에 전달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도 했다.
이는 가족을 옹호하는 선을 넘어 언론인으로서의 지위를 오용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직업윤리 위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고 외신은 덧붙였다.
크리스는 이날 밤 ‘쿠오모 프라임 타임’을 예정대로 진행했으며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수사기관에는 “다른 언론인들과 자주 접촉했지만 그것은 일상적이었고 형인 주지사를 대신해 정보를 공유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자사 앵커의 개입 논란에 침묵을 지키던 CNN은 구체적 증거가 나오자 “자료를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오모 전 지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재유행 시기 적극적 대응으로 주목받으며 한때 민주당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그해 12월부터 성비위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관련 혐의를 부인하며 사퇴 요구를 일축하던 그는 올해 8월 검찰이 피해자 11명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이 확인됐다고 밝히자 결국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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