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국의 공기 질에 대해 비판한 20대 중국 유학생이 고국으로 돌아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근황이 전해졌다. 현지 언론도 그의 상황을 두고 ‘당연한 결과’라는 취지의 보도를 쏟아냈다.
중국 왕이신문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정돼 장래가 밝았던 한 소녀가 자국을 헐뜯은 후 귀국해 번듯한 직장을 구하길 원했지만 모든 기업이 그의 이름 석자를 거부하고 있다”라고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쿤밍 출신의 양슈핑(杨舒平). 고교 시절 뛰어난 성적으로 국비 유학생에 발탁돼 미국으로 떠난 그는 2017년 메릴랜드대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맡게 됐다.
하지만 연설 내용이 알려지자 양슈핑은 순식간에 ‘매국노’로 낙인찍히게 됐다. 당시 그는 연단에 올라 “5년 전, 나는 마스크를 준비해 왔으나 미국 공항에 도착한 뒤 (마스크가)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 온 이유를 묻는다면 깨끗한 공기 탓이다. 고향에서는 밖에 나갈 때 마스크를 써야 했다”며 “미국에서 자유롭게 말할 기회를 얻었다”라고도 말했다. 미국의 대기 질과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해 극찬한 것이다.
양슈핑의 연설 영상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 전면에 게재되면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그를 향해 “조국을 깎아내렸다”, “조국에 먹칠했다” 등 비난했다. 뒤늦게 그가 사과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양슈핑은 뒤늦게 미국에서 권고사직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는 “미국에서도 자신의 뿌리를 내팽개친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 하는 기업은 없었다. 나중에 겨우 찾은 직장에서도 그를 거부해 미국 영주 허가증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로 가려던 그는 ‘소문’으로 구직에 직격탄을 맞았다. 의기소침해진 양슈핑은 슬그머니 귀국해 고향으로 돌아가 이력서를 내기 시작했다. 다만 기업들은 양슈핑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문을 닫아버리고 있다”고 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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