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이민, 반이슬람 발언으로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언론인 에릭 제무르(63)가 “프랑스를 구원하겠다”며 내년 4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무소속인 그는 조만간 정당을 창당해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제무르는 지난달 30일 유튜브에 올린 9분짜리 영상을 통해 “이민이 늘어나면서 ‘진짜 프랑스’가 사라졌다. 여러분 또한 조국에 있으면서도 이방인처럼 느낄 것”이라고 외쳤다. 그는 “지금은 프랑스를 개혁할 때가 아니라 구해야 할 때”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의 딸들이 머리에 (무슬림) 스카프를 두르지 않아도 되고, 우리의 아들들이 순종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AFP통신 등은 그가 책상 위 마이크 앞에서 준비된 연설문을 읽는 모습을 연출한 것을 두고 나치 독일에 맞서 저항군 참여를 독려했던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연설을 떠올리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제무르 외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안 이달고 파리 시장,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 등 내년 대선에 나설 정치인들은 연일 ‘위대한 프랑스’를 외쳤던 드골 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
제무르는 1958년 몽트레유에서 알제리 출신의 유대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났다. 마크롱 대통령을 포함해 대통령만 4명을 배출한 최고 그랑제콜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일간 르피가로 논설위원을 거쳐 시사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며 “대부분의 범죄자는 흑인 무슬림이다. 이들을 프랑스에서 완전히 쫓아내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의 이슬람화를 비판한 저서 ‘프랑스의 자살’은 2015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난민을 둘러싼 사회 분열이 심해지면서 특별한 정치 활동을 한 적이 없는데도 늘 대선 후보군에 거론됐고 실제 출마를 선언했다. 역시 유대계 법조인인 부인과 세 아이를 두고 있다.
그의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지난달 27일 마르세유에서 자신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인 행인에게 똑같이 손가락 욕설을 했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자에게도 총기를 겨누는 시늉을 했다. 20대 여성 보좌관과의 불륜 의혹도 부담이다. 여론조사회사 해리스인터랙티브가 지난달 26~29일 성인 20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1주 전보다 4%포인트 하락한 13%를 기록해 마크롱 대통령(23%), 르펜 대표(19%)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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