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유출 제한 심각…외국 기업활동 어려움 가중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7일 13시 12분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 공산당에 의한 경제 정보 통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외국의 기업과 정부들이 중국에 어떻게 접근해야할 지를 갈수록 알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SJ는 새로운 정보보안법이 제정됨에 따라 기업과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의 생산현황과 금융상태를 알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중국 수역에 있는 선박들이 위치정보 발신을 중단하면서 외국에서 그 선박의 항구내 선적활동에 대해 알 수 없으며 석탄사용에 관한 정보를 정부가 제한하고 있고 공식 사법데이터베이스에서 정치범 관련 정보를 삭제했으며 다른 나라와의 학술교류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스티븐 내기교수는 “중국은 예전부터 블랙박스였다”면서 “블랙박스가 점점 더 짙은 검은 색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과 정부가 경제규모가 미국과 맞먹고 군사적으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 지를 알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 2년 동안 세계 경제성장의 상당부분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영컨설턴트이자 상하이 주재 미 상공회의소 주선으로 미국 의원들과 매년 교류하고 있는 카메론 존슨은 “중국에서 무슨 일이 진행중인지, 중국의 국가적 목적과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허점이 있어서 불신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및 정치 분석가들은 중국의 비밀주의 심화가 특정한 하나의 정책이 원인이 아니라 팬데믹 대응, 정보보안에 대한 우려 증가, 외부세계의 중국에 대한 의심스러운 눈초리 등 여러 요인이 결합된 결과로 보고 있다.

미국 역시 무역 및 비자 제한을 통해 중국이 미국기술과 대학연구소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등 세계 양대 경제국 사이의 분열에 일부 책임이 있다.

이처럼 미국과 서방국들의 적대감이 커지자 시주석은 겸손과 개방을 중시하던 전임자의 정책을 국가적 자부심과 자결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꿔왔다. 해외 순방이 잦았던 시주석이 지난해 1월 코로나 19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한 뒤부터 한번도 해외로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하면서 비행편들이 취소되고 몇 주동안 격리하면서 중국인들과 외부 세계인들 사이의 대면 접족이 크게 줄었다. 중국민간항공청에 따르면 2021년 1월~8월 항공여객은 100만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000만명에서 급감했다.

중국인들은 여권갱신이 거부되고 공항에서도 당국자들이 해외 여행을 최소화하라는 당국의 지시에 따라 출국 희망자를 설득해 출국을 막고 있다.

비밀주의 확산의 중요 요인 중 하나로 지난 9월 발효한 새 데이터보안법이 꼽힌다. 중국 당국자들이 민감한 정보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면서 만들어진 이 법은 모든 데이터의 수집, 저장, 활용 및 송출 등 모든 데이터 관련활동을 정부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서 중국의 기업들은 갈수록 금융, 의료, 대중교통, 인프라스트럭처 등 전략 부문의 다국적기업들에 정보를 제공하길 꺼리게 됐다고 홍콩 로펌 레이놀즈 포터 챔버린사 조나단 크롬프턴이 말했다.

당국이 민감정보가 무엇인지를 애매하게 밝히는 것도 중국 기업들이 외국 파트너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

코발트나 리티움과 같이 전자산업에서 활용되는 금속 공급사들은 갈수록 중국 외부의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길 꺼려한다고 미국 주요 기술기업의 한 임원이 말했다. 공급자들은 자신들이 제공할 수 있는 금속의 양이 얼마인지 또는 재활용으로 수집된 자원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등의 정보도 민감하게 생각해 생산 계획이나 환경규제 준수 계획을 짜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투자정보 데이터베이스인 ‘PE DATA’를 운영하는 제로2아이포 홀딩스사는 해외 고객에 정보 판매를 중단했다. 이 회사 대변인은 새 데이터보안법에 따라 회사의 금융데이터는 중국기반 사용자와 내부적 용도로만 사용토록 돼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중국과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을 상대로 한 신용사기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중국 해역의 선박들의 운항정보가 국제선박추적시스템에서 사라졌다. 신 데이터보안법이 선박 위치정보 제공을 금지한 때문이다. 중국 국영미디어는 그런 정보의 제공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금지시켰다고 보도했다.

위성정보는 여전히 확인 가능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실시간 선박 이동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된 해외 기업들은 세계최대 항구에서 자신들에게 오는 화물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기가 어렵게 됐다. 또 국제 금융기관들이 정확한 무역 및 성장 관련 거시경제 전망도 하기 힘들어졌다.

탱커트래커닷컴의 공동설립자인 사미르 마다니는 그런 정보가 없으면 중국과 북한, 이란 등 유엔 및 미국의 제재를 받는 나라들과의 석유 거래량을 알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석탄부족문제가 발생하자 상품 가격정보를 제공하던 중국 민영기업이 중국내 재고량 정보 제공을 중단했다. 중국 전기회사들의 재고량 같이 석탄 수요량 예측에 필요한 정보들도 지난해 여름 이후 중단됐다. 지난 가을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보 부족은 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으며 에너지 위기를 심화시켰다.

중국이 정보를 금지한 분야중 가장 극적인 분야가 학술부문이다. 중국은 서방 학자들이 연구결과를 열람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으며 중국 대학들이 학술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지난 8월 중국 교육부는 2018~2019년 중국과 외국 대학교 간 학술교류 286건을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주로 영국, 러시아, 미국의 대학들이 차단 대상이 됐으며 컴퓨터과학, 생물기술, 국제경제 및 무역 분야가 가장 많이 피해를 봤다.

최근에는 국제관계나 중국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해외 여행이나 외국학자들과의 화상회의 참가를 대학들이 보다 엄격히 통제하도록 됐다.

국제기독교대학 내기 교수는 “쉽게 말해 만나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며 저녁도 함께 먹어선 안되고 함께 산책을 해도 안된다. 그러면서 생각을 교류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대학교 국제학부 지아 칭궈 전 학장은 “지나친 통제로 인해 우리가 선진 아이디어와 연구방법, 정치적 경험을 해외로부터 얻을 수 없게 됐다”면서 어떤 대학교는 외국인과 교류할 때 반드시 2인 이상이 함께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주재 외신기자클럽이 실시한 조사결과 응답한 특파원의 40% 가량이 지난해 자신들과 대화한 소식통이 시달리고 심문받고 투옥된 사례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는 2019년보다 25%가 늘어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인권침해 상황을 부각하는데 활용돼 온 데이터가 외국정부와 기자들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여름 중국의 온라인 법원기록데이터베이스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 관련 판결문서가 삭제됐다고 한 활동가가 밝혔다.

같은 시기 종교단체에 대한 공격, 법원의 사형선고 관련 판결문 등 중국정부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규정한,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서들도 법원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됐다.

그런 문서들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중국 당국은 외국 정부와 활동가들이 중국에 정치범을 풀어주도록 압박하는 것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이와 과련 미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뒤화재단 존 캄 설립자는 “민감한 정치 사건이 공개된 것은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인과 투자자들은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런던의 기후변화 관련 비영리단체 트랜지션제로사의 공동 CEO 매튜 그레이는 이 단체가 지난 4월 위성영상 자료를 분석해 중국내 석탄화력발전량을 평가한 뒤 투자자들로부터 70건의 자료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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