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임으로 선출될 예정인 올라프 숄츠 차기 총리가 이끄는 연합정부가 독일 최초로 ‘남녀동수’ 내각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2005년부터 16년간 집권한 여성 총리 때도 이뤄내지 못했던 일을 남성 총리가 해내는 셈이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히 숫자만 동수가 아니라 내·외무, 국방 등 요직을 모두 여성이 차지했다.
지난달 24일 녹색당, 자유민주당과의 연정을 구성한 사회민주당 소속의 숄츠 차기 총리는 6일 여성 8명, 남성 8명으로 구성된 새 내각을 발표하며 “총선 때 공약한 대로 남녀동수 내각을 실현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과 남성이 각각 독일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여성도 절반의 힘을 얻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연정 합의 때 알려진 대로 안나레나 베어보크 녹색당 공동 대표(41)가 최초의 여성 외무장관으로 확정됐다. 역시 최초의 여성 내무장관에는 낸시 패저 사민당 의원(51)이 내정됐다. 변호사 출신으로 2003년부터 중부 헤세주에서 의원을 지냈다.
국방장관에는 2019년부터 메르켈 내각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사민당의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56)가 발탁됐다. 그는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언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전 장관에 이은 세 번째 여성 국방 수장이다.
이 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지휘할 보건장관에는 전염병 학자 출신인 카를 라우터바흐 사민당 의원, 재무장관에는 크리스티안 린드너 자민당 대표, 부총리 겸 경제기후변화장관에는 로베르트 하베크 자민당 공동대표가 발탁됐다. 당적으로는 사민당(7명), 녹색당(5명), 자민당(4명) 순으로 배분이 이뤄졌다. 3개 정당은 7일 연정 협약 서명을 마친 후 8일 연방의회 표결을 통해 숄츠를 차기 총리로 확정한다.
메르켈 총리는 ‘페미니스트’로 규정되는 것을 꺼렸고 그의 집권기간 중 내각·의회에서 여성 비율은 3분의 1에 그쳤다. 여성 총리가 떠나지만 여성이 새 정부의 안보, 외교 등 주요 부처를 이끌면서 독일 정계의 성평등이 강화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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