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체중 등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더 취약한 이유를 설명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독일, 스위스 등의 다국적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지방세포와 체지방 내의 특정 면역세포를 감염시켜 신체의 면역 방어체계를 손상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비만 치료 환자에게서 얻은 지방조직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는지 실험을 진행했고, 감염된 지방 조직에서 다양한 세포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추적한 결과 비만 조직 내 면역 세포들이 과도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발견했다.
비만 조직의 대부분은 비만세포로 구성돼 있지만, ‘대식세포’ 등 면역력을 담당하는 다양한 세포들도 존재하는데, 코로나19에 감염된 대식세포가 강력한 염증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캐서린 블리시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런 반응이 중증 진행에 크게 관여하는 것 같다”며 “이런 수준의 사이토카인(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 반응이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팬데믹 초기부터 비만 환자들은 정상 체중 환자들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쉽고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하는 비율도 높았다.
비만 환자의 경우 당뇨병 등 다른 기저질환을 가졌을 확률이 높은 만큼 중증 진행 확률이 높다고 말할 수 있지만, 기저질환이 없는 비만 환자까지 중증 진행 비율이 높은 이유는 그동안 설명이 어려웠었다.
이 연구 결과는 아직 ‘동료 평가’ 과정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나, NYT는 세계 비만율 1위인 미국에서 이번 연구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밝혔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성인 대부분이 과체중이고, 42%는 비만이다.
딥딕시트 예일대 의대 교수는 “바이러스가 우리의 면역 체계를 회피하려고 지방 세포로 숨는 것일 수 있다. 우리 인체로서는 지방세포가 치명적인 약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이번 연구 결과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나 치료제 투여 시 환자의 몸무게나 지방 보유량을 고려해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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