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접종… 격리 불필요” 해명했다가
“접촉 말라는 메시지 늦게 확인” 정정
확진자 접촉 공무원은 사회활동 제한
“더 나은 판단을 했어야” 고개 숙여
세계 젊은 지도자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6)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인 관료와 밀접 접촉한 직후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춤을 춘 사실이 드러났다. 그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정부 지침을 어긴 이유를 두고 말을 바꾼 데다 오미크론 변이 등이 퍼지는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가 방역 수칙을 준수하지 않고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린 총리는 4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페카 하비스토 외교장관과 접촉했다. 이후 남편과 함께 수도 헬싱키 시내에서 외식을 즐겼고,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을 찾아 5일 오전 4시까지 춤을 췄다. 하비스토 장관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총리와 만났고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핀란드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게는 확진자와 접촉해도 의무 격리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발적으로 거리 두기를 시행해야 한다. 특히 공무원에게는 ‘확진자와 접촉하면 사회활동을 제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총리의 나이트클럽행을 한 잡지가 보도하면서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그러자 마린 총리는 6일 페이스북에 “이미 2차 접종을 마쳤다. 하비스토 장관의 확진 판정에도 불구하고 격리할 필요가 없다는 연락을 받아 클럽에 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곧 “4일 외출 당시 업무용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왔다. 그래서 사회적 접촉을 피하라는 권고 메시지를 뒤늦게 확인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로 인해 비판 여론만 더 높아지자 그는 8일 의회에서 “더 나은 판단을 했어야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2019년 12월 집권 당시 34세로 ‘세계 최연소 총리’ 기록을 썼던 그는 여성 우위 내각 구성,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용 등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이번 사태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은 “총리가 백신 접종을 마쳤더라도 나이트클럽에 가지 않고 자발적으로 격리하는 선례를 남겼어야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 직원들 또한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봉쇄령 당시 방역 수칙을 어기고 몰래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8일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직접 사과했지만 제1야당 노동당 등은 “정부의 도덕적 권위가 추락했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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