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주최 회의서 ‘하나의 中’ 눈치봤나… 대만장관 발언 도중 ‘두 개의 중국’ 화면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4일 03시 00분


다른 국가로 표시한 화면 검게 변해… 외신 “백악관, 송출방해” 美 “실수”

중국은 빨강-대만은 녹색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부장관이 1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빨간색으로, 대만은 녹색으로 표시된 지도를 화면에 띄우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오드리 탕 트위터
중국은 빨강-대만은 녹색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부장관이 1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빨간색으로, 대만은 녹색으로 표시된 지도를 화면에 띄우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오드리 탕 트위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계 110개국의 정상 또는 정부 대표를 초청해 9, 10일 이틀간 화상으로 개최했던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대만 대표의 발언 도중 화면 전체가 갑자기 검게 바뀌는 일이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대만 정부를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오드리 탕 디지털부 장관이 발언 도중 대만과 중국을 서로 다른 나라로 표시한 세계지도를 화면에 띄우자 화면이 검게 변한 것인데 로이터통신은 백악관이 영상 송출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탕 장관은 이번 화상회의에서 대만의 민주주의에 대해 발언하던 중 자신의 얼굴 옆으로 세계지도를 띄웠다. 세계시민단체연합회(CIVICUS)가 각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상황을 5단계로 나눠 색깔별로 표시한 지도였다. 대만은 최고 단계인 ‘개방형 국가(초록색)’로, 중국은 가장 낮은 단계인 ‘폐쇄형 국가(빨간색)’로 표시됐다. 대만과 중국을 별개 국가로 구분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탕 장관이 지도를 놓고 1분간 대만의 민주주의를 설명했는데 갑자기 화면이 검게 바뀌면서 영상 송출이 중단됐고 탕 장관 목소리만 들렸다”고 전했다. 검게 변한 화면엔 ‘(회의) 참석자들의 주장은 모두 개인 의견이고 미국 정부 견해와는 무관하다’는 자막이 표시됐다. 한 소식통은 “탕 장관이 지도를 띄우자 몇몇 미국 관료가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가 화를 내며 국무부에 연락했다”며 “그리고 백악관 요청에 따라 영상 송출이 중단됐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중국과 대만은 하나다)’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해 놓고 이같은 대응을 한 것을 두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미국의 대응은 과잉 대응이었다”며 “권위주의에 맞서자면서 개최한 회의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건 회의 취지와 충돌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논란이 되자 미국 국무부는 “화면 송출에 혼선이 있어 탕 장관의 영상이 삭제됐다. 명백한 실수”라고 했다. 백악관은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바이든#하나의 중국#두개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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