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전세계서 코로나19 근심과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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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14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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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전 지구를 잠식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인들의 마음까지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자 기사에서 아시아·유럽·아프리카·아메리카 대륙 곳곳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그들이 겪고 있는 우울감을 조명했다.

이들은 Δ이랬다저랬다 하는 정부 정책 Δ롤러코스터처럼 널뛰는 감정상태 Δ지독한 상실감 Δ사람을 감질나게 하는 거짓 희망 Δ국경 봉쇄 Δ간헐적인 휴교령 등을 겪으며 점점 회복력을 잃고 있다.

NYT는 피폐해져만 가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각국 지도자들에게 새로운 딜레마를 안겨줄 것으로 전망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3년째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매우 취약해져 있을 때 과연 지도자들이 과연 엄격한 방역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지칠대로 지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새로운 방역 규제에 순응할 수도 있고, 아니면 몇 달 동안 강제로 헤어져 있었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는 위협을 감수할 수도 있다.

최근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는 이런 만평이 실렸다. 꼬질꼬질한 행색의 남성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려고 병원에 찾아왔다. 그는 “3차 유행 때문에 5차 백신을 맞으러 왔다”면서 “아니면 그 반대였던가?(5차 유행 때문에 3차 백신을 맞으러 왔다)”라고 말한다.

만평 속 남성은 상당히 혼란에 빠져 있다. 이는 무려 5차 유행을 겪으며 기진맥진해 있는 프랑스인들의 심적 고충을 보여준다.

1년 전 백신이 보급된 이후 진전이 있긴 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47%가 백신 접종을 받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확진자 수는 여전히 많지만 사망률은 크게 감소한 이유다.

그러나 NYT는 여전히 일상은 통제를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팬데믹은 휴가나 기념일의 계획을 불확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매체는 “불확실성은 계획을 망친다”면서 “마치 오미크론 변이처럼, 공포 또한 위협의 범위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순식간에 확산된다”고 전했다.

백신은 구제책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각국의 대응책은 뚜렷한 논리가 없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혼란 때문에 불안과 우울증이 퍼졌고, 외로움과 스크린 피로(전자기기의 화면을 너무 오래 봐서 생기는 피로)도 확산됐다는 지적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기술업체에서 일하는 천쥔(29)은 NYT에 “이런 일상에 너무 지쳤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6월 선전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뒤 3차례의 진단검사를 받았고 14일간 격리 생활을 했었다.

14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전광판에 출발 편명과 시간이 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전 국가·지역을 대상으로 한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년 1월13일까지 연장했다. 2021.12.14/뉴스1 © News1
14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전광판에 출발 편명과 시간이 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전 국가·지역을 대상으로 한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년 1월13일까지 연장했다. 2021.12.14/뉴스1 © News1
천씨는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세계지도 위에 압정을 꽂아두곤 했는데, 그 숫자는 한동안 늘지 않았다. 그는 “팬데믹의 끝을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자조했다.

케냐 나이로비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코리 음웬데는 “세상의 종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주 긴 시간 뒤에 자유가 돌아오는 듯했는데, 그런 희망이 이뤄질 것이란 확신이 안 든다”고 토로했다.

영국 런던에서 유학하는 호주인 학생 샤넬 콘토스(23)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삶을 얼마나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프랑스 정신과 전문의 니콜라 프랑크는 NYT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너무 지쳐 있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새 변이가 아니라 통금”이라고 강조했다.

분노가 엉뚱한 곳으로 튀어 극단적인 행동을 벌이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45세 남성이 팬데믹이 가짜라는 음모라는 주장을 제기하며 정부 청사에 총격을 가했고, 마스크를 쓰라는 말을 들은 뒤 2명을 살해했다.

야코프 코체트코프 모스크바 인지치료센터 소장은 “러시아에서는 백신에 대한 불신, 팬데믹 자체에 대한 불신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선 지금 백신 접종자나 감염 회복자에게 발급되는 ‘그린패스’가 없으면 영화관이나 사무실 등 여러 장소에 출입이 제한된다. 이곳은 봉쇄 없는 성탄절을 앞뒀으나 현지 분위기는 침울하다고 NYT는 전했다.

다비드 라자리 이탈리아 심리학자 협회 회장은 최근 자국 내에서 실시된 조사 결과를 인용, 팬데믹 이후 불안과 우울증의 발현률이 두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18세 이하의 경우 이런 증세를 보인 이들이 25%에 달했다. 4명 중 1명이 우울감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주로 연구하는 프랑스 역학자 마리아 멜키오르는 지난 2년간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온라인 친구는 넘치지만 실제 접촉이 부족했다며 그 영향으로 거식증 등의 식이장애가 확산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멜키오르는 “우리는 더 이상 언제 정상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며 “그럼 이제 무엇을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마스크 없는 삶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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