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미국 식당들이 메뉴판 간소화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요식업계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센셜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식당의 60%가량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메뉴 개수를 줄였다고 밝혔다. 특히 고급 식당들의 경우 올해 들어 메뉴 개수가 23% 감소했다. 일부 식당들은 참치, 스테이크, 연어 같은 비싼 식재료가 들어가는 메뉴를 줄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있는 버드도그라는 식당은 팬데믹으로 19개월간 문을 닫았다가 얼마 전 17개의 음식을 선보이며 영업을 재개했다. 17개의 메뉴는 팬데믹 전에 비해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식당은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 실험적인 음식이나 계절 메뉴를 내놓기보다는 고정적인 메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로비 윌슨 씨는 “메뉴판이 ‘히트곡 모음집’처럼 됐다”고 말했다. 뉴욕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로터 씨도 조리에 시간이 많이 들거나 식재료가 비싼 메뉴는 뺐다.
요식업계에 따르면 식당 메뉴는 경기 상황에 따라 증감을 반복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식당들의 음식 가짓수는 줄었다가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메뉴판이 다시 두꺼워졌다. 이번에는 경제 재가동으로 식당 고객은 늘어난 반면, 구인난과 식재료 가격 상승이라는 새로운 제약 요인이 생기면서 메뉴 개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식당에서는 개수를 줄이는 대신 메뉴를 고급화해 가격을 올려 받고 있다. 마이애미에서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는 아니 마인홀드 씨는 식재료 가격이 오르고 종업원들이 그만둔 상황을 고려해 고급화 전략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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