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국수주의 시각에서 중국 정부를 옹호해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 ‘막말 제조기’로 불려온 후시진(胡錫進·61) 관영 환추시보 총편집인(편집국장)이 16년 만에 은퇴를 선언했다.
후 전 편집인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라오후(자신의 애칭)는 새해가 되면 62세가 된다. 이제 은퇴할 때가 왔다”며 “현재 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퇴직 후에도 환추시보 특약 칼럼니스트 신분으로 기고할 예정이다. 소셜미디어의 자기 소개란도 ‘환구시보 특약 평론원’으로 바뀌었다.
그가 총편집인을 맡던 환추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간지인 런민일보의 자매지다. 환구시보는 런민일보의 해외 특파원들이 주축이 된 신문으로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즈를 발간하고 있다.
런민일보 국제부 출신인 후시진은 환추시보 부편집인을 거쳐 2005년부터 편집인을 맡았다. 그는 강성 반미(反美), 애국주의 성향의 글로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2009년 환추시보 영문판(글로벌타임스)을 창간하며 영문판 편집인도 겸임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막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코로나 기원 조사 등의 문제로 중국과 호주의 갈등이 커지자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주는 항상 소란을 피우며,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처럼 느껴진다. 가끔 돌을 찾아서 문질러줘야 한다”고 했다.
한국과도 악연이 있다. 한국이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하자 환추시보는 사설을 통해 “(사드를 지지하는) 한국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고 했다. 또 방탄소년단(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 중 한국전쟁을 언급하자 “중국을 무시한다”면서 이를 집중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후 총편집인의 공격적 성향을 우회적으로 활용했다. 당국이 직접 입장을 밝히거나 런민일보나 중국 중앙(CC)TV 등을 통해서는 할 수 없는 거친 표현을 후 총편집인 입을 사용해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렇지만 지나친 민족주의 성향으로 “중국은 늘 옳고, 서방은 무조건 나쁘다”는 이분법적 논리로 중국 내에서도 건전한 발전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거친입’으로 논란을 일으켜도 승승장구했던 후 전 편집인은 지난해 환추시보 부편집인 돤징타오가 그의 혼외자를 당국에 고발해 타격을 입었다. 고발인은 “후 편집인이 오랫동안 전·현직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이들로부터 각각 1명씩 2명의 혼외자를 두고 있다”고 폭로하며 “언론인으로서 모으기 힘든 거액의 자산을 축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후 전 편집인은 “모함이다”고 부인하고, 감찰 당국은 지난 1월 “고발 근거가 없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런 논란 자체가 후 전 편집인을 교체할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후시진 퇴임으로 공석이 되는 환추시보 편집인은 런민일보 국제부 부주임인 우치민(吳綺敏)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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