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투표, 차이잉원 ‘親美’에 힘 실어… 野추진 4개 안건 부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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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토파민 함유 美돈육 수입금지 등 집권 민진당 주요 정책 제동걸기
蔡, 여론조사 결과 뒤집고 역전승, 美와 경제협력 강화로 中견제 의미
蔡 “국민들, 세계로 나간다는 신호”… 中 “美에 줄서려 국민 희생” 불만


대만 야당 국민당이 집권 민진당의 주요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해 18일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4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투표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모든 안건의 통과가 예상됐지만 반중 정서를 등에 업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막판 극적인 뒤집기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차이 총통이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추진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국민이 그의 반중 행보에 힘을 실어줌에 따라 양안 갈등 또한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롄허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전날 국민투표에서 △성장촉진제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 금지 △제4원전의 상업 발전 개시 △산호해안에 건설 중인 천연가스 저장 시설의 이전 △국민투표일을 대선일과 연계 등 4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전체 유권자의 1.5%인 28만1745명의 청원을 받으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이날 투표율은 41%로 약 816만 명이 참가했다.

차이잉원
최대 쟁점인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안은 찬성 48.3%, 반대 50.7%로 부결됐다. 국민당은 어지럼증 등 부작용 가능성으로 대만에서 사용이 금지된 락토파민이 함유된 돼지고기의 수입을 차이 정권이 지난해 12월 허용하자 ‘국민 건강을 도외시한다’며 반발해 왔다. 차이 정권은 이 사안이 단순한 먹거리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그간 대만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주요 걸림돌이 돼지고기 수입 규제라고 불만을 표했다. 차이 정권이 수입을 허용한 직후 양국은 FTA의 전 단계로 꼽히는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을 시작했다. 차이 총통은 투표 전날인 17일 유세에서도 “식품 안전이 아니라 경제 통상의 관점에서 평가해 달라. FTA를 통해 국제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며 대만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단이라고 호소했다.

탈원전 정책 또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는 총 4개의 원전이 있으며 1∼3원전은 노후화로 이미 가동을 중단했거나 곧 가동이 중단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로 원전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2014년 정부는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新北)에 있는 제4원전의 상업 발전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원전 재개 안건에 대한 반대는 52.3%에 달해 4개 안건 중 반대가 가장 많았다.

국민당은 환경 파괴를 이유로 북부 타오위안의 산호초 해안 지대에 건설 중인 천연가스 시설을 이전하자고 주장했지만 역시 부결됐다. 국민투표와 대선을 같은 날 치르자고 주장한 안 또한 국민 지지를 받지 못했다. 국민당은 그간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과 민진당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해야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번 결과로 민진당은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2024년 총통 및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차이 총통은 승리 확정 후 담화를 통해 “국민투표는 누가 지고 이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에 관한 문제”라며 “이번 투표로 대만 국민은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신호를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불만을 드러냈다. 관영 환추시보는 19일 사설에서 “민진당이 승리했지만 대만 주민의 이익을 배신했다는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며 “국민의 건강을 희생해 미국에 줄을 서는 것이며 외세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엇이든 다 내주겠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대만 국민투표#차이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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