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소수민족 인권탄압을 이유로 연일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총책임자인 천취안궈(陳全國·66) 신장위구르 공산당위원회 서기가 교체됐다. 그의 승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정책에도 일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관영 신화통신은 천취안궈가 더 이상 서기직을 맡지 않으며 후임자로 마싱루이(馬興瑞·62) 광둥성 성장이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천이 조만간 새 보직을 맡을 것이라고도 했으나 구체적인 직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천이 내년 하반기 공산당 제 20차 당대회에서 최고위직인 상무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 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7명으로 구성된 상무위원회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천취안궈는 2011~2016년 티베트자치구 당 서기를 지냈고 2016년부터 신장위구르를 맡아 두 지역을 강압 통치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서방이 ‘강제 수용소’라고 비판하는 신장의 직업 캠프 또한 그의 집권 때 도입됐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7월 인권 탄압을 이유로 천 전 서기를 비롯한 신장위구르 고위 인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처럼 그는 중국의 주요 자치구 중 면적이 넓고 반중 활동도 강한 두 지역의 책임자를 연달아 지내면서 시 주석을 포함한 공산당 수뇌부의 각별한 신임을 얻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2기가 시작된 2017년 제19차 당 대회 때 25명으로 구성된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에 포함돼 차기 지도자군으로 부상했다.
신임 마 서기는 항공우주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기술관료 출신으로 공업정보화부 부부장, 선전 시장 등을 지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인 광둥성을 관리한 그의 경험이 경제 발전이 낙후된 신장위구르에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신장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주요국은 신장의 인권탄압을 이유로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속속 단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천의 교체가 서방의 인권탄압 논란을 피하되 그를 승진시켜 서방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려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