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에 속속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겉으로는 이들 빅테크가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비판적인 야권과 이를 지지하는 서방국가 전체를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법원은 24일 구글이 통신당국의 불법 콘텐츠 삭제 지시를 수차례 이행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72억 루블(약 1165억 원)을 부과했다. 메타에도 같은 이유로 19억9000만 루블(약 322억 원)의 벌금을 물렸다. 당국은 앞서 16일 트위터에도 1000만 루블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국이 불법이라며 삭제하라고 종용한 콘텐츠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와 관련된 게시물, 야권 인사들이 푸틴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청년들에게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라고 독려한 영상 등이 대부분이다. 당국은 현재 수감 중인 나발니 관련 게시물을 불법 콘텐츠로 규정해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미 9월 러시아 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서는 나발니 관련 단체가 만든 선거운동 앱 ‘스마트 보팅’이 사라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구글에 대한 벌금이 러시아가 서방 IT 기업에 부과한 벌금 중 최고액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우크라이나 등을 둘러싼 미-러 갈등이 날로 격화하고 있어 러시아가 자국 내에서 서방 미디어와 플랫폼을 아예 쫓아낼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수차례 서방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인터넷망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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