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지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위반하고 밀입국을 알선한 용의자들을 거리로 끌고나와 행진시키는 처벌이 이뤄졌다. 일부에서는 과거 문화대혁명 시절 학자들에 대한 ‘공개 망신주기’나 초법적 ‘인민재판’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상당수 중국 누리꾼들은 “코로나19를 확산시킨 범죄자들에 대해 당국의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30일 텅쉰왕, 신랑왕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남부 베트남 접경 지역인 광시좡족자치구 징시(靖西)시 당국은 28일 밀입국 알선 용의자 4명에 대해 전신 방호복을 착용케 한 뒤 가슴과 등에 얼굴사진·이름·범죄 내용 등이 적힌 팻말을 걸고 거리를 걷게 했다.
이들은 10월 돈을 받고 베트남인 2명을 중국으로 밀입국시켰고 징시시에서 대도시인 난닝(南寧)시로 이동하던 중 체포됐다. 그런데 밀입국자 가운데 1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드러났고 이로 인해 징시, 안닝(安寧) 등 3개 지역 초중고교가 긴급 휴교에 들어갔다. 또 이 지역 5만 여 명의 주민이 자가 격리 조치됐고, 증세를 124명이 시설격리에 들어갔다. 방역조치를 위반한 밀입국자 1명 때문에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셈이다.
징시시 당국은 밀입국 알선 용의자 2명을 거리로 내보내 행진시키면서 주변에 무장 경찰을 배치해 경각심을 극대화 시켰다. 또 거리 한복판에 이들을 세워둔 채 시 관계자가 방역 규정을 위반한 대가에 대한 연설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용의자들의 거주지 주변에 신상정보와 사진을 담은 벽보를 붙이고, 용의자들이 사는 집의 담벼락에는 ‘밀입국을 도운 집’이라는 스프레이 낙서를 써넣기도 했다.
해당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펼쳐진 문화대혁명을 연상케 한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공개 망신주기’ 처벌은 문화대혁명 당시 공공연하게 벌어졌지만 1980년대 이후 수차례 공고를 통해 이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지역 관영매체인 광시데일리는 “이런 방식으로 기강을 세워야 국경 범죄를 막고 재앙 예방과 통제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고, 징시시 당국은 “현장에서 기강을 일깨우기 위한 행동이었으며, 부적절함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 일부 누리꾼들은 “법대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원칙과 거리가 먼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행동이 미국과 서방에 중국을 비판할 수 있는 칼을 쥐어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베이징일보도 “법에 따른 훈육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상당수 누리꾼들은 “코로나19를 확실히 통제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 “국경 통제를 위해 당연한 일”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영국 BBC는 “공개 망신 주기는 문화대혁명 당시 흔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드물다”면서 “많은 누리꾼들이 이러한 방식을 지지한다는 것이 더 무섭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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