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전화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와 함께 합동 순찰에 나서는 등 군사적 위협을 이어간 가운데 미국은 ‘외교적 엔드게임(end game·최종전)’을 위한 러시아의 선(先)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요구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29일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갖고 향후 외교 협상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내년 1월 10일 ‘전략적 안정 대화(Strategic Stability Dialogue)’를 가질 예정이다. 미-러 정상이 전화회담을 갖는 것은 이달 7일 이후 23일만이다.
양 정상은 통화에서 러시아가 요구한 ‘안보 보장안’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앞서 미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우크라이나 등 구(舊)소련 국가들에 대한 가입 거부, 동유럽 나토군 배치 철회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미-러 대화는 상호성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러시아의 요구에 거리를 두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전화회담이 푸틴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NSC 관계자는 “우리는 현재 위기의 순간(moment of crisis)에 있다”며 “긴장을 완화하는 길을 찾기 위해선 고위급 관여가 필요하다”고 미-러 정상 통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교적 엔드게임에 들어가려면, 긴장이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완화되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가 외교적 협상을 통한 성과를 내려면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배치된 병력을 원래 주둔지로 되돌려 보내는 등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29일 러시아 전투기가 벨라루스 전투기와 함께 벨라루스 국경 지역을 합동 순찰했다고 보도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외에도 폴란드 등 러시아가 나토 병력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유럽연합(EU)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미국은 다음달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러시아와의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과 국방부 고위급 관계자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2일에는 러시아와 나토, 13일에는 러시아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간 회담이 열린다. 미 NSC 관계자는 “군비 통제 등을 포함한 이슈는 세 회의에서 모두 다뤄질 것”이라며 “러시아가 제기한 협상안은 나토와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는 OSCE의 맥락에 잘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해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독일과 프랑스 영국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대규모 경제적 제재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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