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 침공시 단호히 대응”…푸틴 “제재시, 큰 실수될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오후 3시35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있다. © 뉴스1(백악관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와의 긴장을 완화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들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새로운 제재가 러시아와 미국간의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으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미러 양측은 양 정상이 할말은 하면서도 내달 10일 열리는 미러 전략 안정대화를 앞두고 좋은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백악관과 크렘린궁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5분부터 4시25분까지 50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통화는 푸틴 대통령이 요청한 것 알려졌으며, 양 정상간 대화는 지난 7일 화상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23일만에 이뤄졌다. 백악관 고위관리는 전화브리핑에서 양 정상의 대화 어조는 “진지하고 실질적이었다”고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이 언급한 뒤 내년 초부터 양자간 ‘전략 안정 대화’를 시작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간 대화 등 외교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대화의 실질적인 진전은 긴장 고조보다는 완화의 환경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사키 대변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집결 중인 러시아 병력의 축소를 요구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 주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약 1만명의 군대를 철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지만, 미측 관리들은 러시아가 접경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있다는 증거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외교를 포함해 2가지의 길을 제시했다”며 “다른 하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선택할 경우, 심각한 비용과 결과를 포함해 억제에 보다 초점을 맞춘 길”이라고 밝혔다.

반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대한 제재 움직임은 미러 관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에 가장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리의 후손들이 엄청난 오류로 볼 수 있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몇 달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을 집결시키면서 내년 초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됐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시 세계 경제 및 금융시스템으로부터 단절 등 최대의 경제 제재는 물론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러시아를 압박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부인하며 지난 17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반대, 구소련 국가들의 신규가입 중지 및 구소련 국가들에 군사기지 설치 중단 등의 안보보장안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러시아가 요구한 안보보장안의 협의를 위해 내달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이, 러시아에서는 세르게이 라브코프 외무 차관이 각각 대표단을 이끌고 참여할 예정이다.

양 정상이 경고성 발언을 주고 받았지만, 양측은 제네바 회담을 앞두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통화가 향후 회담을 위한 “좋은 배경”을 만들었다고 밝혔고, 백악관 고위 관리는 이번 대화가 진지하고 실질적이었다며 “(이번 통화는) 앞으로 있을 외교적 관여를 위한 분위기와 취지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의 돌파구는 내달 10일에 열리는 미·러 회담을 비롯한 연쇄 대화를 거친 이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일 미·러 회담 이후 12일엔 나토와 러시아간, 13일엔 OSCE와 러시아간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워싱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