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친환경에너지서 원전 제외했는데…EU “에너지 안정적 수급에 원전 필요”
최종 확정 땐 공공재정투자도 가능…日, 美주도 차세대 원전 개발 참여
유럽연합(EU)이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 등에 대한 투자를 환경과 기후에 친화적인 ‘녹색 투자’로 분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일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포함하는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만 일부 포함하기로 한 것과 대비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회원국에 보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 초안에서 원자력발전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과 자금,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면 관련 투자를 녹색분류체계로 분류하기로 했다. 새 원전은 2045년 전에 건축 허가를 받아야 녹색으로 분류된다.
EU는 청정에너지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선 원자력발전 등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성명에서 “과학적인 조언과 현재의 기술적 수준, 그리고 회원국 간의 다양한 과제들을 고려해 볼 때 재생 가능한 미래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원자력발전의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달 말 초안에 대한 회원국들의 의견을 모아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다. EU는 자금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이 분류체계를 적용할 예정이어서 초안대로 확정될 경우 원자력발전 관련 산업이 공공 재정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와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시키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탈원전 기조를 보여 온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EU가 원전을 녹색 경제활동으로 분류하면 국내 관련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은 제외하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생산과 관련 기반시설 구축 등 69개 경제활동을 포함시켰다. 환경부는 EU 등의 동향을 참조해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 여부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자체 개발해 오던 고속원자로 ‘몬주’를 기술적 문제로 폐로하기로 했지만 미국과 손잡고 원전 개발을 지속하기로 했다. 고속원자로는 고속의 중성자 성질을 이용해 통상적인 원자력 발전소보다 플루토늄 등 원료를 효율적으로 연소시킬 수 있는 미래형 원자로다.
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와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르면 이달 중 차세대 고속원자로 개발에 관한 협력 합의서를 미국 측과 교환할 예정이다. 미국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운 벤처기업과 공동으로 2028년 운전 시작을 목표로 차세대 고속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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